[현장에서] 7점 앞서다 허망한 역전패 "기아가 이상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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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흔들리고 있다. 대량 득점으로 리드를 잡고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마치 모래성처럼 보인다.

기아는 3일 대구 삼성전에서 7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2회초까지는 8-1로 앞서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더구나 초반에 투입된 삼성 투수진도 난조를 보여 최근 6연패를 쉽게 벗어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기아 타선은 거기서 멈췄다. 8-1로 앞선 2회초 1사 만루의 찬스에서 김상훈의 삼진, 이현곤의 내야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기아는 8-6으로 추격을 당한 4회초 1사2,3루의 찬스를 맞았지만 신동주의 삼진, 김상훈의 외야 플라이로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이때 3루쪽 삼성 팬들은 "이겼다"는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결국 삼성은 4회말 박한이의 2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5회말 역전에 성공했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달아날 때 달아나지 못하고 허점을 보이면 상대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기아는 지난달 27일 수원 현대전에서 무려 9점차의 리드를 날리고 연패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기아의 부진에 대해 ▶선발투수진 난조▶진필중.박재홍 등 거물 영입선수들의 부진 등을 꼽는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끈끈했던 응집력이 사라진 데 있다. '돈 많은 기아'가 팀을 인수하면서 과거의 호랑이 군단의 특징이었던 헝그리 정신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최근 기아팬들은 "팀 컬러가 변했다. 분위기를 탈 때 찬물을 뿌리고, 연패 분위기에서 확실히 끊을 줄도 모른다. 예전의 타이거즈가 아니다"라는 냉정한 평가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대구=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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