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100일] 통일·외교 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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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외교 분야는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이 표방한 자주 노선이 국익 우선의 실용주의 노선으로 바뀌는 과정이었다.

국내 정치 기반인 진보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린 이라크전 조기 파병 결정과 미국과의 코드 맞추기를 통한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 개최는 대표적 사례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한.미 관계의 복원은 북한 핵 문제가 몰고온 안보 불안감과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걷어내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여론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분야별 정책 수행 평가 결과 전반적으로 부정적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 반해 통일.외교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얻었다. 일반 국민의 경우 통일.외교에 대해 '보통'이라고 평가한 응답이 45.8%로 가장 많았고, '잘 한다' '잘못하고 있다'는 비율은 각각 25.3%, 26.2%였다.

전문가의 경우도 엇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가들의 경우 이라크전 파병과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해 각각 80.8%와 69.7%가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참여정부가 올해 초까지 삐걱거리던 한.미 관계를 복원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일.외교 분야의 노선 변화는 盧대통령 발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통령 후보 땐 "부랴부랴 (미국에) 가서 사진 한판 찍고, 그런 방식으로는 가지 않겠다" "반미주의면 또 어떠냐"고 했던 그였다.

그러나 지난달 방미 기간 중에는 "만약 53년 전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등의 친미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래서 일각에선 한.미 정상회담은 원칙을 관철해온 '이상주의자 노무현'이 현실주의자로 변신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실용주의 노선은 국내 정치에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대통령의 지지 세력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은 "현재 참여정부의 대외 정책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흐름에 함께 타겠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며 "앞으로 남북 관계 등도 그 큰 틀 속에서 조정해 일관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영환 기자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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