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북 핵개발 계획 폐기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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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살상무기 우려국 지정도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회담에서 정상들이 북한의 핵 개발 계획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G8 정상들은 또 이날 채택된 공동 성명에서 "테러와 대량살상무기가 세계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현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국제사회는 무기 사찰과 수출통제, 그리고 국제법에 따른 '기타 수단'을 통해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여기서 말한 '기타 수단'이 무력사용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란과 관련해서도 정상들은 이란의 첨단 핵 개발 계획의 확산 문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핵확산금지조약에 따르는 의무를 전면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영국 외교소식통은 2일 기자를 만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과 관련, G8 회담에 참석 중인 각국 정상들이 북한과 이란을 특별한 우려대상으로 지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미국이 자신들의 구상에 국제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내놓은 제안에 각국 정상들이 상당 부분 동의했으며 이를 위한 우선적 조치로 우려 대상국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관측통들은 이날 발표된 G8의 공식입장과 달리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각국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총론엔 합의하고 있으나 각론에선 그 강조점이 저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자회담부터 무력사용 카드까지를 망라한 올 옵션(All Option) 해법을 추진하는 반면 중국.러시아.프랑스 등은 북.미 직접 대화까지를 포함한 평화적.외교적 해법을 선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1일 열린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에 대한 워싱턴과 베이징(北京) 간의 시각차를 가장 잘 보여준 대목이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후진타오 주석은 이 자리에서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요구하는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다자회담 속의 양자회담'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부시 대통령을 수행한 한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우리가 북한과 별도의 방에 들어가 따로 대화하지는 않겠지만 회담장에서 북측이 얘기를 걸어오면 우리도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북한을 '압박할 것인가''달랠 것인가'하는 각론에 들어가면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부시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연 후 "우리는 북한의 핵 개발을 가시적으로 입증 가능한 방법으로 해체하도록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중.러 회담에서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공동으로 ▶ 대북 무력사용 불가▶북한의 안보위기 감안▶북한의 경제발전 장애 제거 등을 촉구한 바 있다.

*** G8 폐막성명 요지

▶대량살상무기(WMD)

- 북한 핵 개발 계획의 가시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영구적인 폐기 촉구

- 북한과 이란,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 안전기준 준수 촉구

- 미사일 등 WMD 확산 저지를 위해 사찰.수출통제 및 '기타 필요한 조치'

- 북한과 이란을 대량살상무기 우려대상국으로 지정

▶국제 테러

- 민간항공기 안전을 위해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의 테러조직 유출 차단

▶세계 무역

- 다자적 무역질서 재강조

- 모든 영역에 걸친 무역개방 촉구

- 세계무역기구(WTO) 강화

- 농산물 개방을 위한 도하 라운드 지속 추진

▶부패와의 전쟁

- 정부 세입과 세출의 투명성 확대

- 개발도상국 경제원조에 대한 검증 절차 마련
에비앙=이훈범 특파원, 서울=최원기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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