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융캉, 사형 아닌 무기징역 받은 이유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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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융캉. 사진=CCTV 캡처

부패 등 혐의로 기소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11일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 형을 받은 것은 중국 권력의 타협과 배려의 결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주도하는 부패 척결도 결국은 권력 투쟁으로 비화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저우가 인정한 1억 2977억 위안(약 230억원)의 뇌물 수수만으로도 사형 선고가 가능하다는 게 중국 법조계의 의견이다. 중국 법원은 어떤 형태든 공직자의 뇌물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2007년 정샤오위(鄭篠萸) 전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장은 649만 위안(약 1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을 정도다.

저우는 여기에 국가기밀누설죄가 적용돼 가중 처벌 사유가 충분한데도 사형을 면했다. 이는 2013년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와 비교할 때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는다. 당시 보에게 적용된 뇌물 액수는 2679만 위안(약 47억원)으로 저우의 5분의1에 불과했다. 또 보에게는 국가기밀누설죄가 적용되지도 않았는데 둘의 형량은 똑 같다.

보에 대한 재판을 공개한 것과 달리 저우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도 타협의 결과로 보인다. 신화통신은 “국가 기밀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법조계에서는 당국의 의지가 있었다면 기밀 혐의 부분을 먼저 심리하고 나머지 재판 과정을 공개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관례는 깼지만 전직 국가 최고 지도부 일원의 재판을 공개할 경우 국가 이미지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했다고 할 수 있다.

선고가 끝난 후 곧바로 수갑을 채웠던 보 전 서기와 달리 저우는 그대로 퇴정했다. 이 역시 전직 최고 지도부를 배려한 것이다. 조사가 예상을 깨고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도 저우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 저우는 지난해 12월 쌍규(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조사 받게 하는 조치)처분을 받고 6개월 만에 재판까지 끝냈다. 1년 동안 조사를 했던 보 전 서기의 절반에 불과하다.

저우가 순순히 기소 내용을 인정하고 항소를 포기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그는 오히려 “당과 국가에 해를 끼쳤다”는 참회까지 했다. 모종의 타협 없이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국가 정변 기도와 시 주석 암살 시도 등 의혹은 기소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사실이라고 해도 중국 국가 권력 파벌 간 투쟁을 자인한 셈이어서 제외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시사평론가 천제런(陳杰人)은 12일 명보(明報)에 “저우가 (사형을 면한) 처벌을 받은 것은 배후에 정치 게임이 존재하고 저우가 그 게임에서 일부 카드를 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석했다. 앞서 홍콩의 잡지 명경(明鏡) 5월호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 주석과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 부주석 등 원로들이 전직 최고 지도부 간부나 그 가족에 대한 조사에 반대했고 이에 따라 저우에 대한 사형 선고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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