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G와 거래 중단 코헨 제일은행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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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환은행 인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외환카드는 매물로 나오면 사고 싶다. 조흥은행은 우리와 상호보완적이어서 (신한금융지주에 안 팔리면) 인수할 기회를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로버트 코헨(55.사진)제일은행장은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영업확대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는 제일은행이 지난해 4월 SK글로벌과 거래를 끊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피해를 보지 않은데 대해 "우리는 (SK글로벌 여신의)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 SK글로벌과 거래관계를 자연스럽게 끊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코헨 행장은 당시의 거래중단과 관련, "우리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때 위험의 분산이라는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개별 기업에 너무 많은 여신을 하지 않는다"며 당연한 조치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내 다른 은행들은 SK글로벌 외에 SK계열사 여신도 많았는데 리스크 관리를 충분히 하지 못해 부실여신을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코헨 행장은 이어 "SK글로벌 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 금융풍토에서 전통적인 재벌식 금융관행과 시장원리가 서로 충돌하는 첫 사례"라며 "SK글로벌이 원만히 처리될 경우 한국 금융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SK 계열사들이 법적인 출자범위 안에서만 SK글로벌을 지원한다면 앞으로 은행은 재벌 계열사 여부는 상관하지 않고 개별 기업의 내실 만을 보고 여신심사를 하겠지만, 이번에도 종전처럼 SK 계열사들이 과도하게 법적 책임을 진다면 은행들은 대차대조표에 나오지 않는 재벌 계열사의 숨은 리스크까지 감안해 여신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헨 행장은 또 SK글로벌의 처리 과정에 한국 정부가 현재까지 개입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정부가 부실기업의 처리에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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