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평화유지군, 휴대폰·보석·돈 건네며 성매매 벌이다…

중앙일보

입력

분쟁지역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현지 여성들을 상대로 성적인 학대ㆍ착취를 벌이고 있다고 BBC가 11일(현지시간) 유엔사무국 감사실(OIOS)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중남미 국가 아이티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총 480건의 성적 착취 혹은 학대 사건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체 피해자의 3분의 1은 아동이었다. 아이티ㆍ라이베리아ㆍ콩고민주공화국이 평화유지군에 의한 성적 착취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로 꼽혔다.

로이터는 “평화유지군의 성매매는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평화 유지’라는 그들의 임무에 묻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내전과 자연재해로 가난에 굶주린 현지 여성들은 성매매를 조건으로 현금ㆍ보석ㆍ휴대폰 등을 받는다. AP도 231명의 아이티 인들을 인터뷰해서 평화유지군의 성매매 문제를 보하면서 “아기 용품, 의료물품 등이 부족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에게 평화유지군이 돈이나 향수, 전화기 등을 건네며 성적인 대가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성적 학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유엔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계 12만5000명에 달하는 평화유지군은 회원국들에서 파견 나온 병사들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처벌, 조사 권리는 소속 국가에 있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국은 해당 국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만 관여할 수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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