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전 아쉬운 전가을 "미안해서 잠을 못 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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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을 선수

"미안해서 잠을 못 잤어요. 댓글에 달린 이야기 다 맞는 말이죠."

여자축구 대표팀 공격수 전가을(27·현대제철)은 11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생로랑 공원에서 열린 공식훈련 시간에 어두운 얼굴로 나타났다. 전가을은 "브라질전 진 게 아쉬워서 잠을 못 잤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한국은 전날 열린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E조 조별리그 1차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0-2로 졌다. 후반전 골 기회는 있었다. 전가을은 동료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이 찔러주는 킬패스를 수 차례 받았지만 브라질 골망을 흔들지는 못했다. 네티즌들은 댓글로 전가을이 놓친 기회를 아쉬워했다.

전가을은 "소연이가 줄 거라고 생각해서 미리 골대를 보고 골 넣을 계산을 다 했다. 그런데 생각이 너무 많았나보다. 공을 찰 때 힘을 다 싣지 못해 공이 툭 떨어졌다"며 "과감하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했어야 한다. 결국 경험의 유무에서 승패가 갈렸다"고 말했다. 이어 "댓글을 봤는데 전부 맞는 말이다. 월드컵 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 여자축구에 관심을 가져주고 있는데 경기를 못해서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전가을에게 이번 대회는 비인기종목 여자축구를 알리는 무대다. 그는 지난달 대회를 앞두고 가진 출정식에서 "한국 여자축구 선수로 산다는 것이 그동안 외로웠다. 지금까지 정말 많이 노력했다. 이 눈물이 헛되지 않게 감동적인 경기를 펼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전가을의 숙연한 다짐에 다른 선수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여자축구 전도사'가 되겠다던 전가을은 첫 경기부터 FIFA랭킹 7위 브라질을 만나서 마음고생을 했지만 다시 꿋꿋하게 일어섰다. 그는 "동료들이 나를 책망하지 않고 오히려 위로해줬다. 앞으로 남은 2경기에서도 골 기회가 2~3번 찾아올 것이다. 그 땐 놓치지 않아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의 다음 상대는 코스타리카(FIFA 랭킹 37위)다. 코스타리카는 한국의 1승 상대로 유력해보였지만 전날 스페인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전가을은 "1차전을 보니 코스타리카가 전방 압박이 굉장히 강하더라. 하지만 그만큼 뒷공간이 비어있기 때문에 스피드가 빠른 공격수들에겐 좋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14일 오전 8시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경기장에서 코스타리카와 2차전을 치른다.

몬트리올=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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