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겨 병원 문을 나서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최초 환자 A씨(68)의 부인에 이어 8일 5번 환자 J씨(50)가 두 번째로 퇴원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A씨를 진료하다 감염된 서울 강동구 365열린의원의 원장이다.
8일 퇴원 직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J씨를 만났다. 그는 완치돼 바이러스를 전파할 염려가 없는데도 마스크와 장갑을 낀 모습으로 나타났다. 흰 셔츠에 청색 넥타이를 맨 말끔한 차림이었다.
비교적 건강해 보였고 얼굴빛이 밝았다. J씨는 “메르스를 앓아보니 일찍 발견해 치료를 받으면 큰 문제 없이 회복되는 병인 것 같다. 국민들이 너무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실명·얼굴 공개를 원치 않았다. 가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듯했다.
- 현재 몸 상태는.
“입원 전과 같다.”
- 최초 환자 A씨를 진료할 때의 상황을 설명해달라.
“지난달 17일 A씨가 찾아왔다. A씨는 평택성모병원에서 사흘간 입원 치료를 받고도 차도가 없어 왔다고 했다. 예전부터 보던 환자라 몸 상태에 대해 잘 아는데, 상태가 아주 안 좋았다. 고열·호흡곤란을 호소했다. 50㎝도 안 되는 거리에서 마주 앉아 10분 정도 진료했다. X선 촬영으로 보니 폐렴 증상이 심각해 삼성서울병원에 보냈다.”
- 메르스를 의심하지는 않았나.
“폐렴이라고 생각했다. 문진 중에 바레인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갔다 왔다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설사 그 얘기를 했더라도 메르스로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메르스에 대해 잘 몰랐다. 보건당국이나 의사협회에서 메르스에 관한 지침을 받은 적이 없다.”
- A씨가 메르스 감염자란 사실은 언제 알았나.
“A씨가 확진 받은 지난달 20일 질병관리본부가 전화로 알려줬다. 보건소에서 격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지 못해 마스크를 끼고 환자를 진료하다 22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 언제, 어떤 증세가 나타났나.
“25일 밤부터 미열이 나고 소화가 안 됐다. 근육통도 나타났다. 다음 날 아침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보건소에 신고했다. 6시간 뒤쯤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돼 검사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예 모르는 병이어서 그런지 무섭지는 않았다.”
- 증세는 어떻게 진행됐나.
“처음 3~4일은 다소 힘들었다. 심할 땐 39.7도까지 열이 올랐다. 무릎과 허벅지에 근육통이 심했다. 소화가 안 되고, 설사하고, 식욕이 없어 사흘 동안 식사를 못했다. 캔에 든 환자용 유동식을 조금씩 마시며 버텼다. 3일째부터는 수액으로 영양 공급을 받았다.”
- 정부가 병원 이름을 공개했는데.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공개 안 하면 시간을 지체하게 돼 병이 깊어지고 많은 사람에게 옮긴다. 우리 병원은 당장 타격을 입겠지만 꼭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병원 운영 문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투병 중 어떤 점이 가장 고통스러웠나.
“초기에 진단받고 일찍 치료에 들어가서 그런지 고통이 심하지 않았다. 전에 걸렸던 독감의 통증이 7이라면 메르스는 3 또는 4 정도였다. 다만 신장에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해서 걱정했다. 다행히 후유증은 생기지 않았다.” (그의 주치의였던 최모 전문의는 “평소 건강 상태나 연령, 치료 시작 시기, 바이러스 노출 정도에 따라 증세나 고통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 특히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 폐렴이 심한 상태에서 치료를 하면 완치 뒤에도 폐의 세포가 굳는 섬유화증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격리병실 생활은.
“가족들이 보고 싶은 것 외에는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다. TV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J씨는 일주일쯤 집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진료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