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설사병 주범 로타바이러스, 백신 맞으면 걱정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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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력이 강한 감염 질환이라도 백신이 있다면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특히 바이러스에 취약한 5세 미만의 영·유아라면 백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다행히 메르스와는 달리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은 백신이 이미 개발돼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일반인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염성이 높지만 접종률이 떨어지는 이유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중요성과 선택 방법에 대해 짚어봤다.

지난해 말 산후조리원의 위생상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신생아 관리 소홀로 실제 감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한 산후조리원에서만 7명의 신생아가 동시에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되기도 했다.

산모의 좌욕기 공동 사용, 기저귀 교체 후 손을 씻지 않는 조리사의 불결한 위생 상태 등 감염 불감증이 주범으로 꼽혔다.

낮은 접종률, WHO 필수접종 권고

로타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를 노린다. 장염으로 설사·구토를 유발하고, 심한 열을 동반한다. 설사병으로 입원하는 전 세계 5세 이하 소아 3명 중 1명 이상이 로타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것이다. 전염성이 그만큼 강하다. 치료제도 딱히 없다.

그럼에도 국내 영·유아의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률은 낮다. 필수 예방접종률은 97%인 데 비해 로타바이러스와 같은 선택 백신 평균 접종률은 75% 수준이다. 대한소아과학회에 따르면 로타바이러스는 선택 백신 중에서도 접종률이 낮아 60%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국가필수 예방접종(14종)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로타바이러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는 낮은 접종률을 우려해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국가 필수 예방백신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종범 교수는 “국가에서 10여 가지에 이르는 예방접종을 무료로 지원해 주지만 이를 제외한 백신은 여전히 접종률이 낮다”며 “이는 질병의 심각성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사망률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비해 낮다. 하지만 예방에 소홀하면 위협적인 설사병으로 탈수에 빠져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회만 접종하는 3세대 백신 나와

백신은 로타바이러스의 유일한 예방법이다. 현재 나와 있는 백신은 모두 주사형이 아닌 경구형이다. 예방력도 모두 100%에 달할 정도로 우수하다. 다만 접근 방식과 접종 횟수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돼 온 역사를 보면 이해가 쉽다. 첫 백신은 소·양 등 동물에서 얻은 균주를 활용했다. 1세대 백신으로 불린다. 하지만 예방 효과가 균일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동물균주와 사람균주를 재조합한 백신이다.

처음에는 장중첩증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이를 개선한 백신이 나왔다. 여기까지가 2세대 백신이다. 부작용을 크게 줄이고 예방력도 높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100% 사람 균주만을 이용한 백신이 나왔다. 이것이 3세대 백신이다.

사람이 두 번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회복되면 저절로 100% 예방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자연감염에 따른 면역효과를 재현한 셈이다. 예방 효과는 2세대와 비슷하지만 사람에게서 얻은 균주만을 사용했으므로 영·유아의 장 안에서 증식이 더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2·3세대가 공존한다.

3세대 백신이 2세대와 차별되는 점은 또 있다. 접종 횟수가 2회(2세대는 3회)로 적다. 횟수가 적다는 것은 예방력을 완전하게 키우는 기간이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1차 접종을 생후 6주부터 시작할 수 있고, 2개월마다 추가 접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세대 백신은 2개월 정도 빨리 면역력이 완성되는 셈이다.

신종범 교수는 “우리나라는 신생아 감염, 산후조리원 내 감염이 많다. 이런 환경일수록 빨리 접종을 시작하고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예방력을 더 빨리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타바이러스 백신 중 혈청형 개수를 놓고 ‘몇가 백신의 예방 효과가 더 좋다’는 논란이 있는데 무의미하다”며 “접종 횟수가 적으면 시기를 잊지 않고 챙기기가 수월해 접종 완료 가능성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류장훈 기자 ryu.ja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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