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고속버스 … 대타 투입된 기사, 길 몰라 헤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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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광주광역시로 향하던 승객들이 광주행 운전 경험이 전혀 없는 기사의 미숙한 운행 탓에 7시간30분 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3일 금호고속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9시 승객 42명을 태우고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출발한 광주행 고속버스가 오후 4시30분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평소 3시간40분가량 걸리는 데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출발 전부터 불거졌다. 당초 오전 8시50분에 떠날 예정이던 버스는 배정된 기사가 석가탄신일 연휴에 따른 교통 체증으로 제시간에 오지 못하면서 10분간 출발이 지연됐다. 그러자 회사 측은 부랴부랴 광주가 초행길인 여성 기사를 대신 투입했다.

중국 동포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 기사는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운행에 나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잇따라 돌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경기도 수원으로 진입하는가 하면 원래 노선과 달리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기도 했다.

 버스가 엉뚱한 길을 계속 달리자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일부 승객은 사고가 나지 않을까 잔뜩 겁을 먹기도 했다. 결혼식이나 모임에 늦게 된 승객들은 차 안에서 발만 동동거려야 했다.

 하지만 금호고속 측은 버스가 광주에 도착한 뒤에도 승객들에게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사과나 금전적 보상도 없다가 최근에야 “버스 요금 1만7600원을 환불해 주겠다”며 무마에 나섰다. 금호고속 측은 “논란이 된 버스는 명절이나 연휴 때 추가로 투입되는 관광버스 업체 소속으로, 돌발 상황에 갑작스레 운전기사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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