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으로 국내 기업들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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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의 빠른 확산으로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비상이다. 자칫 회복 기미를 보이는 내수시장에 ‘찬물’을 끼얹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한국 방문 취소가 속출하면서 이들에 의존하던 국내 유통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중이다.

2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오는 4일부터 입국예정이던 중국인 300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하나투어를 제외한 다른 여행사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있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서는 한국방문을 취소한 유커가 엔저로 각광받는 일본 여행으로 더 몰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 일본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한국을 앞서고 있다. 올해들어 유커들이 엔저효과로 일본을 관광지로 적극 선택해 왔지만 앞으로는 메르스 변수로 인해 보건안전 측면에서 이미지가 좋은 일본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아직은 지켜보는 단계이지만 상황에 따라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여행자제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 북적이던 면세점과 백화점은 텅텅 비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백화점은 원래 하던 손소독제 비치를 다시 점검하고 매장 청결에 더욱 공을 들였다.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이날 오전 오픈 시간 이후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몰려들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유통업계 뿐 아니라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의료관광 특수를 누리던 병원들도 한숨짓고 있다. 메르스가 주로 병원을 통해 전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혀 관계없는 성형외과와 피부과까지도 한 묶음이 돼 감염의 진원지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람들이 인파 많은 곳의 방문을 꺼릴 것”이라며 “여행사업자나 상영관 운영업자 등 일부 기업의 단기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행업계는 휴가철을 앞두고 국내에서 해외로 가는 여행객까지 줄어들까 고심하고 있다. 특히 중동 상품을 다루는 여행사는 큰 타격이 우려된다.

제조업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쌍용차 평택 공장에서 근로자 1명이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불안감 속에 조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같이 근무하는 근로자 20명을 귀가조치한 뒤 정상조업 중이지만 불안한 기운이 작업장내 감돌고 있다.

중동지역에 해외 출장이 많은 기업들도 노심초사다. 특히 중동에 사업장을 둔 건설사 등은 직원들이 귀국할 경우 메르스 확진을 받을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가족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복지부와 대책 회의 이후 경제단체와 기업 등에 증상ㆍ감염경로ㆍ예방수칙 등을 전파하기로 했다. 특히 KOTRA 등을 통해 해외 진출 기업들에게 주의사항을 적극 알릴 방침이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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