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평양성은 지금 평양 아닌 중국 랴오닝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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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북한 평양(平壤)은 고구려 도읍지였던 평양성과 같은 곳일까. 한국사의 해묵은 물음표 중 하나인 ‘고대 평양 위치’에 관한 실사(實査)가 시작됐다. 인하대 고조선연구소(소장 김연성) 평양연구팀은 지난달 29일 서울 신문로 한글학회 얼말글교육관에서 ‘학제간 융합연구를 통한 고대 평양 위치 규명’ 학술회의를 열었다. 이날 발표한 8명 학자는 사학을 비롯해 문헌학·고고학·천문학·해양학·기후학에 수로(水路) 전문가까지 망라했다. ‘평양’이라는 역사지리 주제를 파헤치기 위한 프로젝트팀인 셈이다.

 연구책임자인 복기대 인하대 교수는 “중국 문헌의 대다수가 고구려 평양성의 위치를 현재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랴오양시(遼陽市)로 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복 교수는 평양이 어느 지역이었는가에 대한 많은 이론(異論)이 있었음에도 평양을 한 곳에 고정해놓고 한국사를 해석해 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나아가 고구려 평양의 위치 비정(批正·비판해 정정함)은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지만 만약 제대로 규명 된다면 광복 70년 동안 논란거리였던 식민사관 극복과 21세기 중국의 동북공정 극복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남의현 강원대 사학과 교수는 명나라 때 조선인으로 구성된 동녕위(東寧衛)와 평양의 관계를 규명해 주목받았다. 동녕위의 동녕이 지금의 랴오양 부근이며, 랴오양이 평양으로 기록되는 사료가 속속 나타나고 있음을 『봉천통지(奉天通志)』 등 사료를 활용해 검토했다.

 이날 해수면 변화와 지질 등 자연환경 특성에 관한 과학적 고찰을 보여준 이관홍 인하대 해양학과, 윤순옥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와 양홍진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연구센터장 등의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복기대 교수는 “오는 7월 관련 분야 학자와 학생들로 이뤄진 연구팀을 이끌고 현지답사를 갈 예정”이라며 앞으로 몇 년에 걸쳐서라도 평양 위치 비정에 대한 매듭을 짓겠다고 밝혔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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