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숨고르기 … 구조조정 칼날 거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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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을 향해 곧장 항해하던 현대중공업호가 기수를 바꿨다. 권오갑(64·사진) 현대중공업 사장은 1일 담화문을 내고 “회사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은 마무리 단계이고 재료비 절감 노력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지금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추스르고 새로운 모습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의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덩치를 줄이기보다 이제는 조직원의 기(氣)를 살리는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려가겠다는 의미다. 이미 적정한 수준의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완료됐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권 사장은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그룹의 기함인 현대중공업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2분기에만 1조1037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거듭하자 구원투수로 기용된 것이다. 권 사장의 구조조정은 매서웠다. 그룹 임원 262명 중 31%인 81명을 줄였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도 과감히 정리했다. 중복되는 해외법인도 통폐합했다.

 해외주재원 수를 줄이는 대신 꼭 필요한 인원은 단기 파견 형태로 바꿨다. 사장 집무실 바로 옆 공간에는 제도개선전담팀을 뒀다. 발 빠른 의사소통을 위해서였다.

 조직도 공격적으로 합쳤다. 기존 그룹 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영업조직을 통합해 선박영업본부로 출범시켰다. 올해 초엔 13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현대중공업 임직원 2만6710명(2014년 말 기준) 중 5%가량이 이때 옷을 벗었다.

 하지만 권 사장은 이제 ‘채찍’보다는 ‘당근’에 방점을 두는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우선 그는 사업부별로 대대적인 권한 이양을 약속했다. 권 사장은 “구매·생산·영업·인사 등 대부분의 권한을 사업대표 또는 본부장에게 넘겨 전권을 갖고 운영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양한 직급의 대표들로 미래기획위원회를 만들어 우리의 비전과 목표를 함께 만들겠다”며 “생산직이건 사무직이건 관계없이 경영진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자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원 사기 독려를 위해 경영상황이 개선되면 지급하기로 했던 100만원의 특별격려금도 조건 없이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항해할 바다는 넓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올해에도 아직 이렇다 할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올 1분기에도 1924억원의 적자를 봤다.

 다만 인도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인도 정부는 조만간 18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LNG선 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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