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외길장사 하루 백장팔아 5천원썩 꼭 저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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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태생의 김할머니가 팔자에 없는(방년에 작고한 부군도 서울출생) 이북음식인 빈대떡 전문으로 나선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병석에 누운 남편과 2남3녀를 돌보기위해 남대문 신태양호텔앞에서 강냉이장사를 하던 그는 『조리도 간편하고 더잘팔리는』 빈대떡을 팔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일신국교앞→길음시장으로 장소를 바꾸는동안 5원하던 빈대떡이 이제는 한장에 5백원이나 됐지만 녹두에 숙주나물과 쌀을 빻아 섞은 가루에 파·돼지고기를 얹어 내놓은 조리법은 여전하다.
아침9시,며느리가 준비해준 재료들을 가지그 시장에 나와좌판을 벌이면 10D시가 넘어마지막 술꾼이 자리를 뗘야 좌판을 거둔다. 하루 평균 팔리는 양은 1백장내외. 봄철에는특히 인기가 좋아 1백50장까지 팔때가 있다.
하루에 5천원씩 떼어 새마을금고에 넣었다가 l백50만원짜리 계를 붓는다. 6·25때 큰아들이 납치돼가고 둘째마저도 5년전 멀리 뗘난후 며느리·손녀(l6) 손자(13)를 거느린 가장으로 살아오고 있는 김할머니는 지금까지 모은돈 5백만원에 더 보태어 손자몫으로 아파트를 한채 마련해 손자며느리와 함께살다 죽는것이 소망이란다.
7년전 맹장수술을 하느라 입원해 있을때만 일손을 놓았을뿐 단 하루도 거르지 않은 김할머니는 『소문듣고 찾아와 먹어보니 정말 진짜 빈대떡』 이란 손님들의 칭찬이 『제일 재미나는일』 이라고.
「욕장이 할머니」 호랑이 할머니」로 별명은 무섭지만 구수한 마음씀이 더할 나위없는 그는 『21년전 길음시장 개시 손님인 처녀가 중년부인이 돼서도 찾아온다』10년넘는 단골이 40∼50명은 된다고 은근히 자랑.
『맹장수술 후유증으로 배에 군살이 많이 올라 서있기가 힘들어졌다』는 김할머니는 특별한 조리법을 묻자 『내손이구수하겠지』라며 파안대소 한다. <홍은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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