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석유상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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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은 오는29일로 예정된 긴급석유상회의를 앞두고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간의 활발한 막후접촉을 벌이고 있다. 업저버들은 이같은 일련의 막후접촉이 기본적으로는 현재의 유가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비회원산유국들과의 공동보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회원국상호간의 이해와 입장이 달라 전면적이고 성공적인 합의를 걸러내기는 어려울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긴급석유상회의로까지 몰고간 최근의 국제석유시장 동향은 수년동안의 불안한 안정세를 깨고 영국과 노르웨이가 자국산 원유가를 인하한데다 OPEC회원국인 나이지리아마저 일방적으로 배럴당 2달러씩 가격을 내림으로써 그동안의 소강상태가 크게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신이 전하는 그동안의 막후접촉 성과는 일방적으로 값을 내린 나이지리아를 포함하여 비회원국인 멕시코, 이집트의 각료들까지 막후절충에 끌어들였다는 점과 현유가체제의 유지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감산에 원칙적인 합의를 얻어낸 점을 들수 있다.
이같은 초기절충과 감산원칙의 합의는 적어도 연쇄적인 유가인하 러시와 공시가의 재조정으로까지 번지는 사태를 일단은 막을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현유가체계의 유지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감산의 배분이 합의돼야하는데 현재의 회원국사정으로 보아 대폭감산이 이루어질 전망은 희박하다. 다소 감산의 여유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쉘라, 쿠웨이트등 몇나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경기침체와 재정부족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는 물론이고 교전중인 이란-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연합등은 오히려 생산실링을 확대해야할 형편이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설사 OPEC의 감산이 합의된다해도 현재의 총실링인 하루 1천7백50만배럴에서 급격한 감축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우기 영국, 노르웨이, 멕시코등 비회원국들의 생산감축에 대한 공동보조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OPEC의 감산효과는 한계를 지닐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OPEC의 결속에 가장 큰 취약 요인이 되고있는 북아프리카 산유국들에 대한 차등가격제가 과연 채택될수 있을것인가하는 점과 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어느정도의 양보와 감산을 실행하느냐가 중요한 키를 쥐게 되었다.
세계 석유시장의 전반적인 수급상황으로 보아 가까운 시일안에 급속한 수요증가가 예견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안정적인 시장세가 유지될것이라는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중동시장 의존율이 높은 우리로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의 일시적 대량 감산이 실현될 경우에도 미리 대비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석유비축 노력이 확대되어왔고 에니지절약운동도 계속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석유시장의 향배는 언제나 가변적인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것이다. 더우기 국내의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여타 경쟁국이나 선진국들에 비해 최근 다시 높아지고 있고, 많은 절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투입 비중도 공업국들에 비해 여전히 2배가까이 높은 점에 유의해야 할것이다. 제조업의 평균에너지 원단위를 계속 줄이고 수송과 유통, 가정분야의 절약운동도 지속돼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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