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원·블로거들이 기아차 심장부에 뜬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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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기아차 화성 공장과 현대·기아차 남양 연구소에서 ‘신형 K5’ 사전 공개 행사가 열렸다. 남양 연구소에서 실시된 K5 충돌 테스트 직후 전문 블로거, 동호회원 등 40명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민 기자]
신형 K5 내부. 국산차 최초로 휴대전화 무선충전 시스템과 자동긴급제동장치를 설치했다. [사진 기아차]

27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충돌시험동. 일반인 40여명이 보는 앞에서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신형 K5 차량이 시속 40㎞로 전방 50m 앞에 설치된 전봇대에 부딪혔다. 충돌 각도는 기둥 측면과 75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공인한 기준이다. 차체는 운전석이 있는 좌측 부분이 찌그러졌지만 사람 모형(더미)이 두동강 나거나 조각나지도 않았다. 충돌 실험을 현장에서 지켜본 자동차 전문 블로거 이재근(40)씨는 “인터넷에 ‘국산차에 사용하는 강판이 부실하다’는 의견이 많아 실제로 확인해보고 싶었다”면서 “실제로 보니 강판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했고 휠과 바퀴도 형체 그대로였다”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가 화성 공장과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R&D) 본거지인 남양연구소가 이례적으로 외부인에게 개방했다. 자동차 관련 인터넷 동호회원 35명, 자동차 블로거 5명 등 총 40명을 대상으로 기아차가 올 7월부터 출시하는 ‘신형 K5’를 선공개한 까닭이다. 특히 남양연구소는 평소에는 디자인과 엔진·변속기 등 핵심 부품에 대한 기밀 유출을 우려해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는 곳이다. 이들 40명 모두 온라인에서는 ‘자동차 전문가’로 불리는 여론 주도층이다.

 이들은 화성공장 생산 라인에서 조립되는 K5의 강판이 튼튼한지 직접 두들겨 보고, 국산차 가운데에선 최초로 적용한 ‘휴대폰 무선충전 시스템’을 즉석에서 시험해보기도 했다. 남양연구소에선 동아리 회원들과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이 ‘자동긴급제동장치(AEB)’을 주제로 즉석에서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 AEB는 앞차가 급정거하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장애물이 출현할 때 차량이 알아서 서는 장치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인터넷 동호회 ‘JF클럽’ 회원 김정원(28·유통업)씨는 “K5의 내부 인테리어를 보기 위해서 회사에 월차까지 냈다”면서 “특히 유럽식의 D자 모양 핸들, 가죽느낌을 낸 내장재가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기아차가 이례적으로 신형 K5를 인터넷 여론 형성층에 우선적으로 공개한 이유는 더이상 1990년대 식 ‘소극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는 ‘안티 팬’을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최근들어 지속되는 수입차 공세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온라인에서 퍼지는 국산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예전의 일방적인 홍보 스타일로 소비자들과 접촉해선 떠나가는 30대 고객을 붙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K5는 기아차가 ‘연간 글로벌 시장 판매량 40만대’를 목표치로 잡고 있는 대표적 ‘볼륨 모델(연간 10만대 이상 팔리는 차량)’이다.

 ‘형님’ 격인 현대차도 최근 들어 ‘여론 설득’을 최우선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올 2월에는 현대차 안티 모임으로 유명한 ‘보배드림’ 회원 30여명을 모아 파주 헤이리에서 신차 ‘i40’ 시승회를 별도로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제네시스’ 수출용 차와 내수용 차가 다르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인터넷 동호회 리더 20여명 앞에서 충돌 실험을 했다.

 변동문 기아차 국내영업본부 서비스판촉실장(이사)은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신문·방송 등 언론과의 소통만으로는 여론 설득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전문 블로거를 비롯한 인터넷 여론 형성층과 ‘페이스 투 페이스(대면)’ 접촉을 통해 오해가 있다면 풀고 문제가 생기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설명했다.

화성(경기)=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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