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5월 당선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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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심사평] 휴대폰에 얽매인 일상 … 깊이있는 사유로 성찰

계절 덕분일까. 이번 달엔 응모편수가 많이 늘었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지난달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시조라는 장르의 특성을 모른 채 응모한 작품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 감옥’을 장원으로 올린다. 정형의 보법을 제대로 지켜내면서 소재나 표현 면에서도 구태를 보이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 독자적 개성을 뿜어낸 기량이 돋보인다. 휴대폰에 얽매인 일상의 삶을 진단하고 성찰한 주제의식도 뚜렷하고 핸드폰을 감옥으로, 화자를 수인으로 설정한 비유에서도 녹록지 않은 사유의 깊이가 느껴진다. 함께 보내온 상당한 작품들도 당선작을 밀어 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차상으로 ‘고사목’을 선한다. 특별한 수사 없이 평범한 진술인 듯싶지만 마땅히 흠잡을 데도 없는 담백하고 깔끔한 단시조이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절제 속에서 시상을 전개시켜 나간 솜씨가 유연하다. 고사목을 통해 흙과 바람의 본질과 속성을 간파한 통찰 역시 빛난다.

차하로 뽑은 ‘이른 봄의 내재율’은 제목처럼 외형률의 틀 안에서 내재율을 풀어낸 흥미로운 작품이다. 시어를 연결하거나 얼개를 맞추어나가는 솜씨도 좋다. ‘사람들 내려다보는,/꼼짝없는 봄 어디쯤’ 같은 표현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둘째 수에선 다소 부자연스러운 시행도 눈에 띈다. 또한 무리하게 4수를 끌어가면서 시 전체의 탄력과 긴장을 떨어뜨릴 이유가 있었을까도 싶다.

마지막까지 작품이 함께 거론되었던 류영자·윤가람·김견숙·김혜경씨에게도 정진을 부탁드리며 깊은 응원을 보낸다.

심사위원 : 이달균·박명숙(대표집필 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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