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톡톡] 한·일 관계 악화 선정적 언론도 책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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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호 14면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당분간 양국 관계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역사인식 등 양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당장 해결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기본적으로 양국 정치 지도자들의 인식 차이에서 발생하지만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언론의 역할도 작지 않다.

일본인으로서 한국 언론들이 보도하는 일본 관련 뉴스를 접할 때 종종 의아함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 일본의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해 한국 언론들은 “일본의 인공위성이 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공위성을 군사력 팽창이나 전쟁과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본 내에서 군국주의를 주장하는 극우세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다수의 국민은 군사력 증강이나 전쟁을 원치 않는다. 일본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이를 지지할 국민이 거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본 내 ‘혐한 시위’ 관련 보도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혐한 시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당수 일본인은 이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한국 언론들은 간과하고 있다. 마치 혐한 시위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발생하는 듯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일본의 지식인과 일반인은 혐한 시위를 비난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해 오해하기 쉽다.

일본 언론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내 ‘반일 시위’와 관련, 왜곡과 과장보도를 일삼는다. 극단적인 반일 인사들의 과격한 행동을 여과 없이 전달한다. 이로 인해 일본인과 한국인들의 서로에 대한 감정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나 역시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기 전에는 이런 보도로 인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유학을 위해 한국에 살면서 느낀 것은 대단히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라는 것이다. 현재 양국 언론의 행태는 거의 TV 프로그램인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수준이다. 극소수의 아주 특별한 경우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친절한 한국인과 평화로운 한국 사회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위험한 곳이니 빨리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라”고 충고하는 지인들이 있다. 왜곡된 언론 보도가 양 국민의 오해의 골을 더 깊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언론은 사회의 감시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일반인들에게도 언론에 직접 참여하는 폭을 더욱 넓혔다. 왜곡된 언론 보도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그 왜곡의 정도를 심화시킨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제어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달리게 된다. 이럴 경우 결국 한·일 양국의 대립은 ‘치킨 게임’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양국 언론의 올바른 보도태도가 선행돼야 한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보도가 아닌 국민 감정에 호소하는 보도는 지양돼야 한다. 한·일 양국의 언론이 본연의 역할과 자세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안도 준코 국민대 대학원 국제지역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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