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쏙!] "잠이 보약 … 너무 늦게 재우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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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우리 집 아이는 5학년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른 아이에 비해 몸집이 작은 편이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작은 편이 아니었는데도 그랬습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여서 늦게 자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아이도 자정이 돼서 잠자리에 들곤 했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아이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건강하고 키도 쑥쑥 자란다는 내용을 읽게 됐습니다. 성장호르몬이 오전 2~3시쯤에 가장 많이 분비되는데 너무 늦게 자면 아예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뒤부터는 9시30분만 되면 아이를 무조건 자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키가 쑥쑥 자라더군요.

사례 2 아이가 3학년이 되더니 만화로 된 책을 읽으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이와 대형 서점에 가 아이가 읽고 싶은 책과 내가 읽혔으면 하는 책의 목록을 정했어요. 나쁜 책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아이의 의견도 적당히 반영했습니다. 큰 도화지에 칸을 만들어 책 이름을 적고 칸 중간에 여러 가지 보상도 썼답니다. 다섯 권 읽고 게임 한 시간 하기, 10권 읽고 좋아하는 책 한 권 사기, 20권 읽고 외식하기 등. 아이가 처음엔 보상받기 위해 책을 읽었지만 한 학기가 지난 지금은 읽기 자체를 즐긴답니다. 2학기엔 친구와 함께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문제를 내고 푸는 놀이를 하게 할까 합니다. 그러면 책을 더 읽겠죠?

사례 3 아이에게 늘 지시 또는 명령하는 말을 사용했어요. '빨리 손 씻고 숙제하고 놀아라''시험 공부는 다했니? 공부 먼저 하고 자전거 타라''학원에 먼저 갔다와서 TV를 봐라'. 4학년이 되면서 말을 안 듣고 "우리 엄마는 매일 잔소리만 해"란 불만이 늘더군요. 아이의 의사부터 알아보려고 마음을 바꾸자 대화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이번 시험에서 목표하는 점수는 얼마지?''학교 갔다오느라 수고했다. 무엇을 먼저 하고 싶지?''TV가 보고 싶구나. 혹시 지금 먼저 해야 할 다른 일은 없을까?'. 그러자 아이의 불만도 점차 줄었고 마음도 안정되는 듯 보였습니다.

사례 4 4학년이 아이가 학교에서 전화를 했더군요. 리코더를 안 가져왔다며 급히 가져다 달라는 거였어요. 순간 '알았어. 엄마가 바로 가져 갈 테니까 정문 앞에 나와 있어'라고 하려다 말았습니다. 대신 "그것은 네 문제다. 네가 알아서 하거라"라고 끊었어요.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벌 받는 건 아닐까? 다른 친구의 것을 빌려서 쓰면 비위생적일 텐데…. 너무 매몰차게 거절한 것은 아닐까? 아이가 울지나 않을까?'. 습관을 바꾸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된다고 마음을 강하게 먹었죠. 그날 아들이 "우리 엄마를 믿다간 큰일 나겠어요. 언제부터 내 문제, 네 문제를 가렸어요? 나도 내 문제를 다시는 엄마에게 부탁하지 않기로 했어요"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모든 준비물을 아이 스스로 해결하고 있어요.

모두 서울시 교육청이 최근 펴낸 '초등학교 학부모가 꼭 알아야 할 119가지'에 담긴 사례다. 이 책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평소 궁금해 할 만한 학습.인성.초등 교육 등 세 분야의 119가지 주제를 선정, 문답 형식으로 알려준다. 해당 영역의 박사인 선생님들이 직접 집필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관찰력을 키워주고 싶어요'란 질문에 대해 '부모와의 언어적 상호작용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작은 것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적절한 질문을 많이 하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부모가 먼저 감동하는 것도 좋은 모델이라고 한다.

책에선 선행학습이 필요한지, 영재교육을 받으려면 어떻게 하고 영어 공부는 또 어찌해야 하는지 등에서도 길을 보여준다. 더불어 아이가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있거나 산만한 경우 또는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듯 보일 때의 대처 방법도 알려준다. 아이의 적성을 알아보고 싶을 때나 진로 정보를 찾을 만한 곳도 책을 들춰보면 알 수 있다.

또 초등학생 때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전학시키고 싶을 때, 교환학습을 하려고 할 때, 혹은 소소하게 교과서를 잃어버렸을 때의 해결책도 이 책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각 학교에 35부씩 배포됐다. 시 교육청과 학교 홈페이지에도 탑재될 예정이라고 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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