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2 아이가 3학년이 되더니 만화로 된 책을 읽으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이와 대형 서점에 가 아이가 읽고 싶은 책과 내가 읽혔으면 하는 책의 목록을 정했어요. 나쁜 책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아이의 의견도 적당히 반영했습니다. 큰 도화지에 칸을 만들어 책 이름을 적고 칸 중간에 여러 가지 보상도 썼답니다. 다섯 권 읽고 게임 한 시간 하기, 10권 읽고 좋아하는 책 한 권 사기, 20권 읽고 외식하기 등. 아이가 처음엔 보상받기 위해 책을 읽었지만 한 학기가 지난 지금은 읽기 자체를 즐긴답니다. 2학기엔 친구와 함께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문제를 내고 푸는 놀이를 하게 할까 합니다. 그러면 책을 더 읽겠죠?
사례 3 아이에게 늘 지시 또는 명령하는 말을 사용했어요. '빨리 손 씻고 숙제하고 놀아라''시험 공부는 다했니? 공부 먼저 하고 자전거 타라''학원에 먼저 갔다와서 TV를 봐라'. 4학년이 되면서 말을 안 듣고 "우리 엄마는 매일 잔소리만 해"란 불만이 늘더군요. 아이의 의사부터 알아보려고 마음을 바꾸자 대화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이번 시험에서 목표하는 점수는 얼마지?''학교 갔다오느라 수고했다. 무엇을 먼저 하고 싶지?''TV가 보고 싶구나. 혹시 지금 먼저 해야 할 다른 일은 없을까?'. 그러자 아이의 불만도 점차 줄었고 마음도 안정되는 듯 보였습니다.
사례 4 4학년이 아이가 학교에서 전화를 했더군요. 리코더를 안 가져왔다며 급히 가져다 달라는 거였어요. 순간 '알았어. 엄마가 바로 가져 갈 테니까 정문 앞에 나와 있어'라고 하려다 말았습니다. 대신 "그것은 네 문제다. 네가 알아서 하거라"라고 끊었어요.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벌 받는 건 아닐까? 다른 친구의 것을 빌려서 쓰면 비위생적일 텐데…. 너무 매몰차게 거절한 것은 아닐까? 아이가 울지나 않을까?'. 습관을 바꾸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된다고 마음을 강하게 먹었죠. 그날 아들이 "우리 엄마를 믿다간 큰일 나겠어요. 언제부터 내 문제, 네 문제를 가렸어요? 나도 내 문제를 다시는 엄마에게 부탁하지 않기로 했어요"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모든 준비물을 아이 스스로 해결하고 있어요.
모두 서울시 교육청이 최근 펴낸 '초등학교 학부모가 꼭 알아야 할 119가지'에 담긴 사례다. 이 책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평소 궁금해 할 만한 학습.인성.초등 교육 등 세 분야의 119가지 주제를 선정, 문답 형식으로 알려준다. 해당 영역의 박사인 선생님들이 직접 집필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관찰력을 키워주고 싶어요'란 질문에 대해 '부모와의 언어적 상호작용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작은 것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적절한 질문을 많이 하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부모가 먼저 감동하는 것도 좋은 모델이라고 한다.
책에선 선행학습이 필요한지, 영재교육을 받으려면 어떻게 하고 영어 공부는 또 어찌해야 하는지 등에서도 길을 보여준다. 더불어 아이가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있거나 산만한 경우 또는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듯 보일 때의 대처 방법도 알려준다. 아이의 적성을 알아보고 싶을 때나 진로 정보를 찾을 만한 곳도 책을 들춰보면 알 수 있다.
또 초등학생 때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전학시키고 싶을 때, 교환학습을 하려고 할 때, 혹은 소소하게 교과서를 잃어버렸을 때의 해결책도 이 책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각 학교에 35부씩 배포됐다. 시 교육청과 학교 홈페이지에도 탑재될 예정이라고 한다.
고정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