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갤러리」개관기념 아르누보유리명품전 지상감상|「제이·머슬러」작 『도시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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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놀진 태양을 떠서 홀랑 접어 만들어 놓은듯, 동그란 등립을 거꾸로 앉혀놓은듯…미국작가 「제이· 머슬러」의 작품 『도시풍겅』 은 내 시각 아른아른하게한다.
등립끝에 부식 (부식) 된 은이 이빨 같이 뾰족뾰족 솟은것들은 자세히 보니까 장식 비스가 아니라 고층건물들이였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요란한 자동차 소음도 없고 나무도 없고 헬리콥터도 없고 생물의 숨결이라곤 일체 정지된 상황의 죽음의 도시였다.
그런데 이 무서운 작품이 그지없이 아릅담다.
아직 43세의 「제이· 머슬러」가 이와같은 구상을 작품으로 0화시킬수 있다는것은 한마디로 천재라할수 있겠다.
기계문명속에 허덕이는 현대예술가들이 다 그렇다는것은 아니지만 60이 가까와서 비로소 미래철학에 도전하며 또는 체념하는 것이 상정이 아니던가.
이 『도시풍경』 은 인류가 갖는 공통의 공포를 리얼하게 상징하고 있는듯해 가슴이 저리도록 불안하고 그러나 아름답게 승화되었기에 감동을 준다.
아마도 「머슬러」 는 인류와 생물을 그지없이 사랑하는 작가인것 같다.
그 추동같은 죽음의 주제는 차라리 새싹이 움트기 시작한봄을 기대하는 상징일수도 있는 것이다.
새롭고 깨끗한 행복의 조건은 석양에 진 해가 다시 아침에 솟는 우주의 섭리에 있기때문이다.
천경자 (동양화가· 예술원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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