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뮤직비디오 폭력수위도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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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뮤직비디오' 전성시대다. 90년대 초반 뮤직비디오가 첫 선을 보인 이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 온 뮤직비디오는 이제 우리 가요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뮤직비디오가 음악 전문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이제 뮤직비디오 없는 가요시장은 상상할 수가 없게 되었다.

가수들도 앨범홍보와 인기유지를 위해 뮤직비디오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엔 그런 뮤직비디오의 가치를 인식하고 뮤직비디오 제작에 있어 몇 억, 몇 십억에 이르는 대작들도 속 속 제작되고 있다.

다만 이런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뮤직비디오들의 폭력수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문제다. 최근 인기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모니터해보면 도를 넘어선 폭력성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8일, 음악방송 TV 모니터결과 인기가수 엠씨더맥스(Mc the Max), 휘성, 에픽하이, 브이오에스(vos), 정재욱등 많은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서 총기와 총기 살인이 여과 없이 방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에픽하이 "fly" 뮤직비디오중에서. 출처-엔티카

우선, 휘성의 "일년이면" 뮤직비디오를 살펴보자. 짝사랑의 감정에 북받친 남자 주인공(휘성)이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친구에게 총을 겨누고 발사한다. 총을 맞은 여자와 남자친구는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 쓰러진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뮤직비디오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으로 살인을 정당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발라드 가수 정재욱의 "가만히 눈을 감고" 뮤직비디오에서는 총기 살인 장면과 함께 "아, 덥다" 라는 대사까지 함께 곁들이고 있다. 살인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대사를 삽입한 것이다.

에픽하이의 타이틀 곡 "플라이"(Fly)에서는 도로의 인질극을 주요 내용으로 삼았다. 인질범의 역을 에픽하이 멤버인 타블로씨가 직접 맡기까지 했다. 엠씨더맥스(Mc the Max)의 "사랑은 아프려고 하는거죠" 뮤직비디오에서는 권총자살 장면까지 고스란히 화면에 나오고 있다.

김모(24.여)씨는 "요즘 음악방송 뮤직비디오를 자주 보는데, 너무 잔인한 장면 때문에 섬짓 할 때가 있다. 꼭 이런 식으로까지 내용을 구성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라고 비판했다.

이런 폭력적 뮤직비디오 경향은 자칫 사회전체의 폭력지향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하지만 이런 뮤직비디오에 대해 케이블 음악 TV의 제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폭력성 짙은 뮤직비디오에 대하여 음악 전문 방송들의 기준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 [곽진성/ 홍익대학교 상경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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