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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아껴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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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옥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정말로 몸을 아껴야 한다. 아니면 2006독일월드컵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올릴 수 없다. 특히 '주전 중의 주전'들은 더욱 그렇다.

피로는 육체를 갉아 먹는다. 대장정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빡빡한 강행군이 이어지는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29.토트넘 홋스퍼)가 잇달아 부상을 당했다. 독일 월드컵이 열리는 2006년 신년 벽두부터 한국 대표팀의 핵심전력인 두 선수에게 악재가 겹쳐 일어났다. 다행히 두명 모두 큰 부상이 아니다. 좋게 보면 2006 독일 월드컵 성공을 위한 일종의 '액땜'이다.

박지성은 9일 새벽 버턴 알비온과의 FA컵을 앞두고 케링턴필드에서 훈련 하던 중 동료와 부딪치며 오른쪽 무릎에 이상을 느꼈다. 박지성은 9일 팀 주치의에게 부상 정도를 진단받은 뒤 필요하다면 정밀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앞서 이영표는 지난 5일 열린 프레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전에서 소메이로부터 거친 태클에 오른쪽 무릎 위쪽을 찍혀 살이 찢기는 부상을 입었다. 10cm만 아래쪽을 가격당했다면 무릎을 다쳐 장기간 부상이 불보듯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이 동료들과 함께 원정길에 올랐고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출전을 막판까지 고려했다는 정황을 살펴보면 그리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의 에이전트사인 FS코퍼레이션의 전용준 이사는 "박지성이 크게 통증을 느끼고 있지 않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영표 역시 FA컵에는 결장했지만 9일부터는 팀의 정상 훈련에 합류해 오는 15일 열리는 리버풀과의 결전에 대비한다.

두 선수 모두 상대 선수나 동료와 부딪쳐 당한 부상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피로 누적으로 보인다. 잔매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박지성은 올 시즌 프레미어리그 21경기에 전경기 출장중이고 이영표는 최근 8경기 연속 풀타임 출장을 비롯 올 시즌 14경기서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누볐다. 네덜란드리그에서도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혹독한 강행군이다. 피로가 누적되면 집중력이 떨어져 똑같은 태클을 받더라도 반응 속도가 떨어지면서 부상당할 소지가 크다. 또 제대로 피로를 회복하지 못하면 같은 충격에도 근육과 인대가 쉽게 손상된다.

지네딘 지단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까지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몸을 던진 후 휴식기를 갖지 못하고 한국 땅을 밟은 뒤 한국과의 평가전서 부상을 당해 소속팀의 월드컵 16강 탈락을 벤치에서 지켜보는 비운을 맛보았다.

한국 대표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지닌 박지성과 이영표의 부상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박지성과 이영표 모두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는 점이다. 겨울 휴식기도 없이 논스톱으로 이어지는 잉글랜드 프레미어리그에서 이번 휴식이 박지성과 이영표에게 한 호흡 쉬고 더 멀리 점프할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맨유, 잉글랜드 FA컵서 5부팀과 무승부 망신

공교롭게도 박지성과 이영표가 빠진 두 팀은 나란히 잉글랜드 FA컵에서 망신을 당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부리그에 해당하는 버턴 알비온과의 원정경기에서 9일 0-0 무승부를 거둬 17~18일 홈에서 재경기를 치러 32강 진출을 가려야 한다.

퍼거슨 감독은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까지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승패보다는 웨인 루니의 유니폼이 탐난다고 너스레를 떨던 버턴은 무승부에 대만족하며 올드트래포드 스타디움을 밟는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다.

프레미어리그서 4위로 상위권에 포진하며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토트넘은 9일 열린 챔피언십리그의 레스터시티와이 원정경기서 2-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3-2로 쓰디 쓴 역전패를 당했다.

<일간 스포츠="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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