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처우개선 안돼 아쉬움이…|4년째 긴축예산 다룬 문희갑 예산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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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문희갑예산실장-. 워낙 막강한「자리」 탓도 있겠지만 그는 여러가지로 주목거리다. 우선 제5공화국 출범이후 경제요직 중에서 유일하게 바뀌지 않은 인물이다.
그의 고집 또한 호가 났다. 옳다고 생각하면 물불을 안가린다. 요즘 보기드문 강개파관료다.
상대가 누구든 할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손해도 많이 보지만 타고난 성격탓이니 할수 없단다.
이번 예산은 그의 3번깨 작품이다. 쌓인 피로 때문인지 정력적인 그도 꽤나 피곤해 보였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습니까.
『긴축예산이라는게 1, 2년도 힘든 법인데 4년째 쥐어짜니 쉬울리 있겠읍니까.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이전에 이젠 공무원들 사회에서조차 이해를 안하려드니 거기서 오는 고통이 가장 컸읍니다. 특히 나 자신도 공무원이지만 공무원처우개선문제를 또다시 붙들어 매는 일은 정말 힘들었읍니다. 한동안은 하루저녁에 20여통씩의 항의전화를 받아야 했었어요.』
-예산실이 독불장군식으로 밀어붙인다는 불평도 많은것 같은데, 예산편성을 너무 비민주적으로 해나가는것 아닙니까.
『알고 있읍니다. 웬만한 비난은 처음부터 각오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금 거둔 돈으로 그냥 예산절감이나 경비삭감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별 잡음이 없었겠지요. 그러나 82년이후 계속되어온 소위 예산개혁작업이란 잘못이 있으면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자는 것 아니었읍니까. 그래서 경비 한두푼 깍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근본적인 제도개선 쪽으로 몰고나온 것입니다. 월권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사실외국의 경우를 봐도 예산과 조직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또 그래야 합니다. 이자리에 있는 동안은 욕을 더 얻어먹더라도 계속 제도개선에 주력해나갈 생각입니다. 예산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내년예산을 짜면서 어디에 가장 역점을 뒀읍니까.
『과학기술과 교육부문이었읍니다. 특히 과학기술쪽은 예산배정도 대폭 늘린것 뿐만아니라 그동안의 문제점들을 일제히 파악해 속시원하게 길을 터놓았다고 자부합니다. 교육부문예산을 짜면서는 저 스스로 새삼스럽게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고백합니다. 솔직이 말해 그전까지는 다들 중요하다니까 그런가보다 했지, 진정으로 깨닫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86년예산을 짤수있게 된다면 정말 교육부문에 심혈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아쉬운 점도 있었을 텐데-.
『역시 공무원처우개선 문제였습니다.』
말을 시작하려다 이내 그치면서『벙어리 냉가슴』 신세라며 자신의 가슴을 두어번 쳤다. 그 막강한 예산실장도 말못할 속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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