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적십자연맹총재 엔리케·데·라·마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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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0년대 중반이후 단절됐던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시점에 한국을 찾게 된 것이 내 개인으로서는 큰 영광입니다. 내가 알기로 북한적십자사가 대외적으로 구호 제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 적은 한 적에 의연 품 제의를 하면서 연맹에도 사실을 알려왔습니다. 이번 사업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남북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제3회「세계 평화의 날」기념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내한한「엔리케· 데·라·마타」국제적십자연맹총재 (51·스페인인)는 활달한 성품과는 대조적으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남북 적십자의 접촉에 대해 견해를 밝힌다.
『남북관계는 상호대화와 접촉을 자주 가짐으로써만이 하나 하나 풀어 나갈 수 있는 텔리키트한 문제지요. 연맹으로서는 대화와 접촉의 장(장)을 마련하고 대화의 환경·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81년 평양을, 83년에는 서울을 방문한바 있었던「마타」 총재는 국제적십자 연맹의 수재 의연품도 사양했던 한 적이 경제적으로 훨씬 어려운 처지의 북 적 제의를 흔연히 받아들인 것은『단순한 수재민구호의 차원을 넘어 남북대화재개를 위한 노력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85년6월 다시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마타」총재는 『외국자본도입 등 대외관계에 태도변화를 보이고있는 북한이 이번 기회를 통해 개방성을 더욱 촉진시켰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적십자사의 사업은『천재지변에 의한 재해 외에도 빈곤·기아 등 고통받는 이들에게 사람과 구호의 손길 을 내미는 일』이라고 정의하는 그는『그러나 적십자활동과 정치는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과대학졸업 후 국회의원을 거쳐 스페인 적십자총재·국제적십자연맹부총재를 역임하고 81년 총재로 선임된 건강한 체격의「마타」총재는 4남 3녀의 아버지로 바쁜 일과 속에서도 틈틈이 테니스와 수영으로 건강을 지킨다고 했다.
여느 총재보다 잦은 회원국방문으로 적십자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마타」총재는 한국방문을 마친 뒤엔 라오스·월남·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엄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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