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상업성 짙고 다양성 모자라" | 유재천 교수, 잡지협회 세미나서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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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나라의 일부 잡지들이 너무 상업주의에 빠져 저속한 대중문화를 전달하고 있어 독자를 정서적으로 오도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취향 수준을 저급한 쪽으로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어린이잡지와 청소년 잡지 등 계도성이 강한 잡지에도 이 같은 성향이 강해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유재천 교수(서강대·신방학)는 한국잡지협회 세미나(13∼l5일)에서 발표한 「잡지가 국가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 논문에서 이같이 지적하면서 잡지 문화의 진정한 정립이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잡지의 기능이 ▲정보 제공 ▲해설과 논평 ▲문화 전승 ▲오락 ▲상담 ▲광고 등이 있을 수 있는데 다양한 잡지들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 내고 있지만 일반 상업지 중 많은 경우가 오락의 기능이나 광고의 기능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섹스·폭력 등을 원색적으로 다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잡지들은 상업적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누구에게나 말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려 하고 있으며 따라서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폭력·섹스·영웅숭배주의·모험 등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것.
유씨는 이 때문에 일부 잡지가 ▲대중을 사이비적으로 만족시킴으로써 정신적으로 파괴적이고, 폭력·섹스를 강조하기 때문에 저속화되어 사회 구성원의 취향 수준을 낮추고 ▲현실을 주시하는 능력을 약화시켜 현실 도피적 인간을 만들며 ▲고급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여 문화적으로 파괴적이라고 들고 있다.
포르노 잡지로부터 매우 고답적인 지적 유희를 추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잡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대중 취향의 잡지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 유씨는, 그러나 그러한 다양성이 명백히 존재하지 않으면서 상업주의 잡지가 판을 치는 풍토는 사회 전반을 위해 불행한 일이라고 보았다.
특히 청소년 잡지에는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세대에게 폭력과 섹스를 팔고 상업주의의 대중문화 우상들을 모범으로 내세우는 기성세대의 얄팍한 상업주의는 이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잡지인들은 성인용 잡지와 청소년 잡지가 같을 수 없다는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회복하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한때 청소년 잡지에는 사치스러운 소비상품의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온 잡지도 있었으나 지금 와서 그러한 양식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을 만큼 상업주의가 밀려들고 있고 그것이 고착되어 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유씨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최재분씨(신앙세계 사장)는 토의에서 잡지의 계도적인 의무는 인정되지만 TV 등을 통해 대중문화가 널리 퍼져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외면할 때 경영면에서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실정을 말했다.
또 고급 잡지의 존재와 함께 대중잡지가 있었을 때 상호 보완될 수 있는 요인들이 고급 잡지의 쇠퇴로 대중 잡지의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이니 만큼 고급 잡지가 자라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생활 김성수 부사장도 잡지가 처해 있는 여러 가지 제한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대상을 다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말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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