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 987.3원 … 환율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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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닷새째(거래일 기준) 급락하며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원화는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987.3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보다 11.2원 떨어졌으며, 1997년 11월 14일(986.3원)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에 따라 6일 오전 권태신 재정경제부 제2차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한은의 보유 달러 대출 확대 등 환율의 추가 급락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환율은 이날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조찬 회동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날의 급락세가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오후 외국인의 달러 팔자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다시 밀렸다. 달러당 990원 선이 무너지자 국내 수출기업의 달러 팔자도 가세했다. 밀려드는 달러 매도 물량에 당국의 개입 강도가 약해지자 환율은 마감 직전 달러당 985.1원까지 추락했다.

◆바짝 긴장한 당국=이날 한 부총리와 박 총재의 회동은 비공개였다. 더욱이 환율 때문에 따로 정한 만남도 아니었고 정례 조찬이었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이례적으로 이를 언론에 흘렸다. 당국이 시장을 주시하고 있음을 알리려는 의도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환율 급락은 일시적 요인 때문으로 머지않아 안정될 것이라는 데 두 분이 의견을 일치를 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아직 적극 개입할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당국의 개입도 예상보다 약했다. 하지만 이대로 환율이 급락하는 것을 방관하지는 않을 태세다.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은=지난 3년 동안 환율은 연초만 되면 급락했다. 매번 외국인이 달러 팔자를 주도했다. 지난해와 올해 연초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때문에 당국과 외국인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990원이 깨진 만큼 시장에선 당국의 2차 방어선이 어디가 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환은행 이준규 과장은 "달러 약세는 세계적인 추세라 990원 선 방어는 어려울 것"이라며 "900~950원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경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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