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심, 무섭게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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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8일 오전 9시 광주시 운정동 5·18 민주묘지(구 묘역)를 참배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빗속에서 기자들 앞에 섰다.

 “광주 민심은 (4·29) 재·보선 때 무섭게 만났다.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엄중한 명령이었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신묘역에서 열리는 정부 공식 기념식에 앞서 그는 구 묘역을 먼저 찾았다. 대표 취임 100일째였지만 얼굴에 미소는 없었다. 전날 5·18 전야제 행사에서 “선거에 책임을 져야제”라는 야유를 보낸 광주시민들의 푸대접은 이날도 이어졌다. 정부 기념식이 끝난 뒤 ‘친노 패권에 기생하는 호남정치인들은 각성하라’는 플래카드를 든 10여 명이 “문재인 사퇴”를 외쳤다. 행사장을 빠져나온 문 대표는 “현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하며) 5·18의 위대한 역사를 지우고 지역적으로 고립시키려 한다. 우리가 5·18 정신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는 전날(17일) 전야제 직후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표가 15일께 “소주 한잔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해 이뤄진 만남이다. 지난 3월 천 의원의 탈당 후 처음 이뤄진 두 사람의 ‘심야 소주 독대’는 1시간20여 분간 이어졌다. 문 대표 측은 “정치적 의미가 있는 만남이 아니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때부터 함께한 두 분의 자연스러운 만남”이라고 했다. 천 의원도 “오래 알던 지인끼리의 만남으로 격식 없이 지나간 얘기만 하고 헤어졌다”며 “(호남 신당·민심 등) 얘기를 하지 않았다. 아무런 메시지가 없었으니 그냥 만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문 대표는 18일 사퇴를 표명한 비노계 주승용 최고위원과 1시간40분간 만났다. 문 대표가 “초계파 혁신기구를 꾸려 혁신할 테니 돌아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주 최고위원은 “제 뜻엔 변함이 없다”고 거부했다.

광주=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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