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5년내 해지시 원금 80%도 못 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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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5년 전 가입했던 변액보험을 최근 해지했다. 급전이 필요했던데다가 자신이 가입했던 변액보험 펀드수익률이 20%라는 안내에 ‘이만 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 1000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했던 A씨는 1200만원을 돌려받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해지 후 그의 손에 들어온 돈은 1000만원. 5년을 투자했는데 겨우 원금 회수에 그친 것이다.

A씨는 뒤늦게 보험사에 항의했지만 결과를 돌릴 순 없었다. 보험사는 “보험료 전액을 펀드에 넣는 것이 아니라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15%를 뗀 돈만 펀드에 투자된다. 해지할 때는 또 2%의 해지비용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변액보험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A씨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증시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으면서 변액보험에 관심을 보이는 금융소비자가 많아졌다. 하지만 변액보험을 단순한 펀드처럼 인식하고 투자했다가는 A씨처럼 추후에 낭패를 보게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 18일 ‘변액보험 가입을 위한 소비자 유의사항’ 자료를 배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변액보험 가입희망자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내용은 보험료 전액이 펀드에 투자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변액보험은 투자상품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보험이다. 일반 보험상품처럼 각종 위험 보장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보험료의 일부는 보장 영역에 사용된다. 또 일반 보험과 마찬가지로 초기일수록 사업비를 더 많이 뗀다. A씨의 경우 보험료의 85%만 펀드에 투자된 것은 이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일찍 해약할 수록 손해가 크다. 초기에 사업비 부담이 높을 뿐 아니라 일찍 해지하면 미납 사업비까지 소급해 떼이게 된다. A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5년만에 해지하면 원금도 못 건지는 게 대부분이다. 실제 금감원이 변액보험 점유율 상위 10개 보험사의 5년 이내 해지시 환급률을 조사했더니 79.3%에 불과했다. 1000만원을 납부했다면 793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변액보험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려면 장기로 가입해야 한다. 10년 이상 가입하면 비과세 혜택이 부여된다. 또 펀드 수수료가 일반 펀드 수수료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장기 가입시 그만큼 이득을 보게 된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고객의 성향과 무관하게 변액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바람에 최근 5년 이내 해지율이 59.6%에 이르는 실정이다.

업체 선택도 잘 해야 한다. 업체별로 펀드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고 사업비도 모두 다르다. (본지 기사 참조).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www.kila.or.kr)에서 회사별, 상품별, 펀드별 수익률 및 자산운용현황을 비교할 수도 있다. 홈페이지에서 ‘공시실→상품비교공시→변액보험→펀드현황’의 순서로 찾아들어가면 수익률 확인이 가능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변액보험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최고 연 4.8%, 최저 연 2.6%로 차이가 컸다. 사업비도 보험료의 7.74%만 떼는 업체가 있는 반면, 14.01%나 떼는 업체도 있었다.

변액보험은 구성 펀드의 변경이 가능한 상품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변액보험이 투자하고 있는 펀드의 수익률이 낮다면 고객의 선택에 따라 중도에 다른 펀드로 바꿔탈 수 있다. 변액보험은 낮은 비용으로 추가납입도 가능하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여 펀드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보험료를 추가로 납입해 추후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추가납입보험료는 기존 납입보험료에 비해 사업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박진석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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