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무성영화 시대의 거장 키턴 회고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배우가 입말로 전달하는 대사는 현대 영화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 장르의 선구자들이 유성영화가 도래하기 전, 무성의 화면에서 개발해온 다양한 표현방식은 현대의 영화작가들에게도 여전히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다. 가까운 예가 지난해 개봉한 이명세 감독의 '형사'다. 흡사 무성영화처럼 배우들의 몸동작으로 재미를 빚어내던 그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좀체로 관객들이 접하기 힘든 무성영화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버스터 키턴(1895~1966.사진) 특별전이 5~26일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시네마테크부산에서 열린다. 감독과 배우를 겸했던 그는 무표정한 연기와 함께 기계장치를 이용한 곡예적인 액션,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으로 당대의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찰리 채플린과 달리 유성영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불우한 말년을 보냈지만 사후 후배 영화인들을 통해 그의 진면목이 새로운 조명을 받아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대표작 '제너럴'을 비롯, '셜록 주니어' '손님 접대법' '스팀보트 빌 주니어' 등 총 32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11일 오후 6시에는 이명세 감독의 특별강연도 마련된다. 이 감독은 키턴의 작품 중에 특히 '카메라맨'을 두고 "'영화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했다. 극중 주인공인 카메라맨이 실수로 잘못 찍은 화면이 빚어내는 초현실적인 효과는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마법의 순간"을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평이다.

관람료는 일반 4000원, 회원 3000원. 상영일정표는 인터넷(cinema.piff.org) 참조. 전화 051-742-5377.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