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베껴서는 새 시장 못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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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바인 디자이너는=런던 왕립예술협회가 2004년에 선정한 영국의 대표 산업디자이너다. 밀라노에서 20여년간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세계적 기업들과 디자인 작업을 했다. 월풀의 전자레인지(2000년), 캐논의 팩스(2001년), 스폴딩&브로스의 필기도구 세트, 올리베티의 복합기(2005년) 등 가전제품.가구.인테리어소품.버스 등 그가 디자인한 품목도 다양하다. 올해 말까지 웅진그룹의 부엌가구 브랜드 '뷔셀'의 새 디자인 프로젝트를 한다. 그는 가정 안전을 강조한 부엌 디자인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 활약중인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인 제임스 얼바인(46.사진)이 방한했다. 얼바인은 절대 같은 품목의 제품 디자인을 두번 맡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같은 고객과 두번 일하지도 않는다. 싱싱한 아이디어가 안나오기 때문이란다.

얼바인은 "제품 특성을 잘 아는 회사 내부 디자이너와 외부 전문가가 조화를 이뤄야 멋진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상 비슷한 제품만 연구하고 디자인 하는 내부의 디자이너 힘만으로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기업들은 기술은 많지만 그 기술로 뭐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디자인 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독일 두라비드사의 의뢰를 받아 조명을 여러 단계로 바꿀 수 있는 화장대를 디자인 한 것을 그 예로 들었다.

이 회장대는 흐린 날, 맑은 날, 어두운 조명의 파티 등 여러 상황에 맞게 여성들이 화장을 할수 있도록 돕는다. 얼바인은 또 애플의 '매킨토시.아이팟이나 BMW의 미니 등은 디자인의 힘을 빌려 세계적으로 히트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디자인 블록버스터'는 자주 나오지 않지만 한번 터지면 크게 터지는게 특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얼바인은 "원래 디자인은 모방에서 출발하며 베끼는 것을 창피해 할 필요는 없지만 베끼는 디자인은 새 시장을 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스크를 무릅써야 디자인 대박을 터뜨릴수 있는데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얼바인은 "세계를 많이 봐라, 세계를 볼땐 디자인만 보지 말고 문화 자체를 보고 느껴라. 그리고 자신의 모든 작업에 의문을 가져라"고 한국 디자이너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또 기업들에겐 "디자이너들의 자산은 창의성"이라며 "1년에 두달 이상씩 디자이너에게 휴가를 주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 바로잡습니다

1월 5일자 E4면에 실린 '디자인 베껴서는 새 시장 못 연다'란 제목의 기사 중 셋째 단락에 나온 '회장대'는 '화장대'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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