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인 연구하는 모임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타고르」 문학회 등 외국문인을 연구하는 모임은 많으나 막상 우리문인을 연구하는 모임은 없다. 그래서 우리문인에 대한 자료정리나 효과적인 공동연구가 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 연구모임과 병행하여 만들어지고 있는 동호인 회 등도 없어 문인과 독자가 더 친밀해지지도 못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우리문인에 대한 개인연구회 동호인 회 등이 전무한 실정이고 따라서 그들에 대한 연구태도와 방법 등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미숙하게 느껴진다』면서『그들에 대한 연구서와 논문 기사 등을 모으고 공동토론을 연례적으로 펼치며 행적을 추적해 보는 등의 일을 하는 개인연구회가 발족된다면 문인연구가 많이 달라질 것』 이라고 말했다. 또 회원도 굳이 학자나 전문가에 한하지 않고 대상문인의 문학을 좋아하는 주부나 학생들까지로 폭을 넓힌다면 문학이 보다 많은 사람 속에 파고들어 국민문화전반의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았다.
「타고르」문학회 「셰익스피어」학회 「괴데」 학회 「카프카」 학회 등이 있으면서 우리 문인의 연구회가 없다는 것은 난센스다. 춘원으로부터 김수영에 이르기까지 또 근대문학 이전의 많은 문인들이 연구와 비평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고 연구자를 키워나가고 그들의 문학을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논문집을 내거나 비를 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김병익씨는 춘원·횡보·이상·소월 만해·윤동주 등에 대한 연구회·동호단체의 설립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모임이 만들어질 경우 정부나 각종 재단 등이 이들의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경우 예를 들면 「플로베르나」 「발자크」 가 살던 집을 시에서 사들여 기념관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각종 재단에서 연구모임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씨는 연구회 등의 설립이 시급해지고 있는 것은 오늘의 학문경향이 개인에 의한 연구를 중시하면서도 같은 대상의 연구자들끼리 협력하고 때로는 공동작업을 하는 폭에서 보다 많은 성과를 이룩하고 있으며 뛰어난 문인에 대한 구체적 연구가 쌓여야만 우리문학의 튼튼한 토대가 된다는 점을 들었다.
또 독자일반으로도 그러한 모임에 가입하여 작품을 읽고 작품의 현장에 가본다든지 그의 유적을 살펴본다든지 하는 과정에서 그 문인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깊어지게 되며 따라서 우리문학 전반에 대한 관심도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고한 유명 문인뿐 아니라 현존 문인을 위한 단체도 만들어질 수 있다. 조금 유명한 운동선수가 되어도 후원회가 만들어지는 게 보통이고 보면 문인에 대한 후원단체도 필요하다. 문인들이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자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작품을 애호하고 그의 작품을 분석 평가하는 모임이 만들어질 때 작가에게 정신적인 지원이 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작가 ××를 생각하는 모임」 등이 있어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작가와 자리를 함께 하여 작품에 대한 평을 나누고 잘된 점,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작가를 고무하는 일이 행해지고 있다.

<임재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