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미국 유학파 일색의 한국 학계, 창의성은 어디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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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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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 지음, 돌베개
318쪽, 1만6000원

한국은 미국 유학생이 인구에 비해 가장 많은 나라다. 2012~2013년 미국 유학 중인 한국인은 7만627명. 인구 비율로 환산하면 한국이 중국보다 7.8배 많다. 미국 대학 졸업장은 한국에서 유독 강력하다. 특히 대학에 임용될 때 유리하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한국 학계 내 미국 대학의 헤게모니 장악을 학자들이 외면한 것이 직무유기였다고 고백한다.

 미국 유학파는 어떻게 한국 사회의 주도권을 잡을까. 저자는 한국의 ‘글로컬(glocal)’한 학벌 체제 때문이라 본다. 외국(global) 대학의 위계와 국내(local) 대학의 서열이 결합했다는 뜻이다.

저자의 비판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미국 유학생 110명을 15년 동안 추적 연구한 그는 미국 유학파가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독특한 위치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와 학계를 지배하는 위치에 있지만 미국 대학의 지배를 받는다. 스스로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글로컬 학벌 체제가 계속되는 한 한국 학계는 발전이 없다. 발전이 없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는 미국으로 계속 떠날 것이다. 악순환이다. 해법은 미국 대학의 학위뿐 아니라 민주적·합리적 문화를 적극적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미국 유학파가 해결의 열쇠 또한 쥐고 있다는 뜻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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