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국 명예 위해" 야구의 별들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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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야구는 지금까지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회가 없었다. 메이저리그.한국프로야구.일본프로야구 등 자국리그가 성행하고 있어 그 기간을 피해 한곳에서 경쟁을 벌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도 최정예 선수들이 기량을 겨룰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의 입김이 워낙 거셌다. 소속팀의 경기와 성적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선수들에게 올림픽에서 조국을 대표해 뛸 수 있는 기회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는 이벤트를 요구했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야구 스타들이 소속팀이 아니라 조국의 국기를 가슴에 달고 뛰는 모습을 누구나 보고 싶어했다. 메이저리그가 나섰다. 한국.일본과 협의해 대회기간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직전으로 잡았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와 보조를 맞춰 선수들의 참가를 허락했다. 그렇게 탄생한 대회가 WBC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 정상에 오른 바 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당당히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도 태극기를 가슴에 새긴 대표팀이 참가한다.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이자 통산 100승에 빛나는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필두로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 최희섭(LA 다저스), 한 팀에서 선발 듀오를 이루고 있는 김병현과 김선우(이상 콜로라도 로키스),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의 영웅 구대성(뉴욕 메츠) 등 메이저리거들과 지바 롯데의 일본시리즈 우승 주역 이승엽, 국내파 최고의 기량을 지닌 손민한(롯데).김동주(두산).이병규(LG) 등 한국 야구 최고의 별들이 모두 참가한다.

벤치도 스타감독들로 짜였다. '믿음의 야구'로 상징되는 김인식(한화)감독에 김재박(현대).선동열(삼성).조범현(SK) 감독이 코치로 나선다. 모두가 현역 시절 한국 야구를 대표했던 이름이다. 이른 감이 있지만 살아 있는 '한국 야구 명예의 전당'이 한 팀을 이뤄 움직이는 셈이다. 한국은 3월 3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벌어지는 1라운드(한국.일본.대만.중국)에서 2위 안에 들어 8강에 진출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8강 진출을 위해 대만전에 올인하겠다. 8강에 진출하면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부담없이 기량을 겨뤄보겠다"고 말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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