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유·벌금 예상 땐 영장 발부 안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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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은 3일 "올해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할 때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등의 선고가 예상될 경우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그러나 징역형 등 실형이 예상되면 구속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영장 발부 기준을 담은 '인신구속 사무처리 기준'을 발표했다. 법원이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구속 기준을 외부에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지난해 구속 기소된 피고인 4423명 중 1심에서 집행유예.벌금형.무죄 등을 선고받고 풀려난 비율은 41%(1819명)나 됐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구속 기소됐던 피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불구속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준은 영장심사 때 피의자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거나, 구속으로 피의자가 받을 생활상의 불이익이 공공의 이익보다 클 경우엔 가급적 구속하지 않도록 했다. 대신 사회적 충격과 파급 효과가 큰 성폭력.조직폭력.식품위생.뇌물범죄 등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사건의 경우엔 구속 수사를 허용하도록 했다.

서울중앙지법 박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인신구속은 한 개인에게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주는데도 수사기관과 법원의 편의 위주로 활용돼온 게 사실"이라며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을 보장하고, 변협과 검찰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내부 기준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구속 재판의 확대로 범죄예방 등 구속 수사의 긍정적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피의자와 피고인=수사기관으로부터 죄를 지었다는 의심을 받는 상태에 있는 사람은 피의자다. 이 피의자에 대해 검사가 범죄의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기면(기소) 이때부터 피의자는 피고인으로 신분이 바뀐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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