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짱'+'중국어짱' 당찬 여경 서해에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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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영화배우에서 해양경찰관으로 변신한 오미정 순경이 제주항에 정박 중인 경비함 앞에서 우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거칠마루'에서 뛰어난 무술실력을 보여줬던 여주인공이 우리의 바다를 지키는 해양경찰관으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

제주해경 경비함인 1502함에서 중국어 통역업무를 맡게 된 오미정(27)순경이 주인공이다.

8명의 무술 고수들이 겨뤘다며 화제 속에 지난해 9월 개봉된 영화 '거칠마루'에서 주인공 '철사장'역을 맡아 화려한 무술 실력을 선보였던 오 순경은 지난해 말 경찰관으로 특채돼 제주해경 경비함에 배치됐다.

그는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54)가 만류해 '무술'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대학(제주대 일어일문학과)에 들어가자마자 우슈 동아리에 가입했다. "우연히 마음이 끌려 시작하게 됐을 뿐"이라고 했지만 그는 1998~2000년에 열린 전국우슈선수권대회 장권.검술.창술 부문에서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아서일까. 대학 시절 이미 우슈 2단, 검도 초단의 실력을 쌓았다.

무술의 본고장에서 수련하기 위해 2001년부터 2년간 중국 산시(山西)성 무술학교로 유학을 떠난 그는 우슈 기술 연마와 함께 중국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익혔다.

귀국 후 우연히 영화에 캐스팅돼 배우로 데뷔했던 그는 뛰어난 중국어 실력으로 해경 외국어요원으로 특채됐다. 오 순경은 "한 번 경비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면 8박9일이 걸린다는데 배는 거의 타보지 않아 멀미가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중국어 요원인 만큼 서해의 어업 분쟁의 현장에서 한.중 간 가교 역할을 잘 해 양국의 우호에 도움이 되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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