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신년사로 본 '경영 키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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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등 주요 기업들은 2일 시무식을 갖고 병술년을 힘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그룹 총수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놓은 신년사 내용은 비장했다. 대부분 지속적인 내부 혁신과 도전의식으로 무장할 것을 주문했다. 신년사에 비친 주요기업의 경영 기조를 들여다 봤다.

◆ 글로벌 기치 내건 '빅4'=삼성은 올해 경영목표를 '제2의 삼성 신화 건설'로 잡았다. 경영.기술뿐 아니라 기업이미지와 리더십 등에서도 '글로벌 톱'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올해 매출 목표치를 145조원 안팎으로 정하고, 신수종사업 발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24조원 가량을 시설과 연구개발(R&D) 분야에 쓰기로 했다.

LG그룹은 새해의 경영 화두를 지난해에 이어 '1등 LG'로 정했다. 구본무 회장은 2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새해 인사 모임에서 "내수사업은 시장정체를 극복하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며, 해외시장에서는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던 기업들과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0조원대의 매출(추정치)을 올린 LG는올해 90조원을 훨씬 넘어서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조금 더 잘하는 것만으로 '1등 LG'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한발 앞서 먼저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 고객이 인정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자"며 고삐를 죄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지닌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SK는 올해 경영 키워드를 '글로벌화를 통한 성장'으로 잡았다. 또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해외시장 개척과 신규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해 지난해보다 3조원 가량 많은 63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 경계령 내린 포스코와 GS=중국 철강업계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는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은 "이제 우리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불황의 골짜기로 들어가고 있다"며 "2008년 전략제품 2400만t 목표 달성을 위해 회사 전 부문이 총력을 기울이고 모든 부문에서 낭비 요소를 찾아 없애자"고 주문했다.

허창수 GS회장은 "지난날에는 경쟁에서 한번 뒤지더라도 회복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며 올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의 내실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영토확장에 팔 걷은 중견 그룹=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룹 성장을 위해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기업 인수도 가능하다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미래 성장 분야 진출을 위해 신사업 창출이나 인수합병 기회도 놓치지 않고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올해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하고 연구개발(R&D)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중국 시장 진출 확대와 R&D인재 육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은 "'팬택이 하면 다르다'는 말이 진실한 명제가 될 수 있도록 해보자"며 '혁신과 승리'를 강조했다.

지난해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비리 파문으로 어수선했던 현대그룹은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 추진 등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코오롱 이웅열 회장은 이날 신년식에서 11명의 그룹 사장단에게 독일 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축구팀처럼 힘을 합쳐 최선을 다했을 때 불가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뜻이란 것이 그룹 측의 설명이다.

GS칼텍스 임직원들은 GS타워 아모리스홀에서 신입사원 47명이 만든 뮤지컬 '우리들의 열정! GS칼텍스 미래신화'을 보면서 새해 의지를 다졌다. 엔씨소프트는 임원과 직원이 호텔에 모여 오페라 공연을 보며 시무식을 대신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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