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굴지화상들 서울로 몰려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세계 굴지의 화상들이 서울시장을 노리고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세계 3대 화상의 하나인 소더비의 「줄리언·톰슨」회장이 지난 20일 서울을 다녀갔고, 「뤼벤스」의, 『한복 입은 남자』를 3억8천만원에 경매한 크리스터의 지배인 「피터·오스본」이 5월 서울에 와 시장조사를 해갔다.
이들은「동·서양 미술품 교류」란 명목을 내놓고 속으로는 88올림픽을 앞둔 서울에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교류전을 열자고 제안해도 거들떠보지 않던 이들이 오히려 추파를 던지는 사태가 되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민이 문화민족임을 인정하는 것은 달가운 일이지만, 이익이 없으면 눈길도 주지 않는다는 이들이 서울에서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소더비의 「줄리언·톰슨」회장은 아예 한글명함을 찍어가지고 송인상씨 등 재계인사와 이경성씨 등 미술계 인사들을 만났다.
서울시장 개척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세계적인 미술품을 살만한 사람이 누구인가 수소문, 그들과도 조심스레 접촉했다.
크리스티의 지배인 「피터·오스본」은 한국에 미술품을 들여오는데 장애요인이 무엇인가를 조사해갔다.
한국에는 외환관리법 때문에 외화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차선책으로 물물교환을 제안했다는 것.
파리의 유명화랑인 탐당스의 「파트릭·풀로쉬」사장도 3월 서울에 와 한국 화랑과의 제휴를 모색, 프랑스 현대중견작가와 교환전을 열자고 제안했다. 「파트릭·풀로쉬」도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1차적인 포석을 한 것.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발레화랑의 「르네·샤번」사장은 그림까지 가지고 6월 서울에와 화랑계 인사들과 접촉을 벌였다.
파리의 매그 갤러리도 이미 서울의 몇개 화랑과 체인을 맺었다.
지난해 연말에는 세계 주요 도시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 말보로의 「피엘· 루비」사장이 동경과 런던의 책임을 맡고 있는 아들과 사위를 대동하고 서울에 와 한국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재계인사들도 만났다. 말보로가 가지고 있는 미술품을 한국에 팔 방법을 모색했다는 것. 여기서도 외환관리법이 장애요인으로 지적됐다. 오스트리아에서 비스콘티 아트 화탕을 하는「라조·뷰직」사장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 미리 우리 고화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로」 「샤갈」 「당리」 등의 작품과 바꾸자고 제안했다. 9월초에는 동경화랑 「야마모또」 사장과 우에나화랑 상전우자사장도 서울에 온다.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88서울올림픽이 열려 외국손님이 왔을 때 문화국가로서 손색이 없는 미술품을 갖춰야한다』고 전제, 『우리 것만으론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으므로 서양미술품도 사들여야한다』고 내세웠다.
한국화랑협회 김태성 회장은 이같은 현실에 대해 『일본처럼 미술품 수입을 면세하지 못할망정 외환관리법울 고쳐 좋은 미술품은 사들일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외국화상와 한국시장 개척을 앉아서 바라보고만 있을게 아니라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처, 우리 미술품을 외국에 파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화랑경영자들의 공동된 의견이다.

<이규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