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정은 공포정치의 끝은 어디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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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 내 군(軍)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30일 숙청돼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어제 국가정보원이 밝혔다. 숙청 이유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불충(不忠)’과 ‘불경(不敬)’이라고 한다. 평양 순안구역 소재 강건군관학교에서 수백 명이 참관한 가운데 일반 소총이 아닌 고사총으로 총살됐다는 첩보도 입수했다고 국정원은 국회와 언론에 공개했다.

현영철은 김 위원장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지시를 수차례 불이행하거나 이행에 태만했으며, 김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조는 등 ‘유일영도체계 10대 원칙’의 일부를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2013년 12월 북한 체제의 2인자이자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국가전복 음모죄로 전격 처형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1년5개월 만에 군 서열 2위인 현직 인민무력부장을 문명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잔인하게 처형한 게 사실이라면 ‘피의 공포’로 유지되는 것이 김정은 체제의 맨 얼굴임을 만천하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꼴이다. 북한에서는 올 들어서만 차관급인 임업성 부상과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등 15명의 고위직이 처형되는 등 김 위원장 집권 이후 3년 동안 70여 명의 고위간부가 총살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

 공포정치는 독재자의 전형적인 통치 수법이다. 정통성이 취약하거나 권력 기반이 확고하지 않을수록 충격과 공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말 부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서른 살도 채 안 된 나이에 권력을 승계했다. 가차없는 처벌에 의존하는 통치 행태는 여전히 체제가 불안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현영철 처형설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여 년간 북한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을 종합해 보면 김 위원장이 공포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피는 피를 부르기 마련이다. 공포정치의 끝은 자멸(自滅)임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바다. 김정은 체제의 앞날을 속단하긴 이르지만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