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큰 사람들이 국민 고막 찢는 일 없길" 허준영 경찰청장 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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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청장은 이날 발표문에서 "연말까지 예산안 처리 등 급박한 정치 현안을 고려, 통치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허 청장은 "농민 두 분이 돌아가신 데 대해서는 비통하지만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청장이 물러날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장비 보강이나 관련 법규의 강화는 오히려 과격 시위를 부추길 수 있다"며 "평화적 집회.시위는 결국 문화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새해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국민의 고막을 찢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외무고시 출신 1호로 1984년 경찰에 입문한 허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을 역임한 뒤 올 1월 경찰총수 자리에 올랐다.

허 청장의 사표가 수리됨에 따라 2003년 12월 도입된 경찰청장 임기제(2년)는 최기문 전 청장에 이어 연달아 지켜지지 않게 됐다. 후임 경찰청장에는 치안정감인 최광식(56.전남 고흥) 경찰청 차장, 강영규(57.경남 합천) 경찰대학장, 이택순(53.서울) 경기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은 부속실을 통해 허 청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보고받았고 별다른 말씀을 한 바는 없다"며 "절차에 따라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인사가 막후에서 허 청장에게 사의표명을 하라는 뜻을 전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본인의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했는데, 별도로 의견을 전달한 것은 없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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