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의 체질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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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 종합상사들의 수출전략이 외형보다 실속위주로 서서히 탈바꿈한다는 사실은 주목할만한 변화다.
왜냐하면 그것은 종합상사의 단순한 경영전략에 관한 문제이기 전에 국내 수출산업의 구조와 유통 메커니즘에 관련된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된대로 국내 종합상사 제도는그 짧은 운영경험에 비추어 매우 급속한 성장과정을 거쳐왔고 그동안의 수출 드라이브에 기여한 몫도 적지 않았다.
이같은 급속한 성징은 이 제도가 원천적으로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정책적 권고에서 출발했고 종합상사들이 경쟁적으로 외형확대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이에따라 외형적으로는 대외수출의 60%가 이들 대형 종합상사들의 몫이 될 만큼 변모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적 확대 경쟁은 필연적으로 내외적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으며 외형경쟁에 따른 무리와 부작용의 역기능이 외형증대에 비례하여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도의 본래 취지였던 규모의 정제, 즉 거대화 집중화에 따른 경제성이 지나친 집중화 때문에 거꾸로 규모의 부경제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다액거내에 익숙해진 상사활동이 독과점화 되면서 오히려 마케팅이 경직화되는 추세가 보이고 있다.
취급상품이 점차 다양화되고 상품생산의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생산·집하·유통의 각 부문에서 오히려 코스트가 올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우기 종전과는 달리 기술 집약적 상품의 무역이 증대되면서 종합상사의 강점인 전문성이나 대량거래와 비교 우위마저 사라지는 추세에 놓여 있다.
이런 최근의 변화들은 국내 종합상사의 체질개선을 불가피하게 촉구하는 요인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실속 없는 외형 집중화 대형화에만 급급하여 변모하는 무역환경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그 한계를 노출한 상태에 와있다.
따라서 종합상사들의 경영전략이 내보위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종합상사 기능은 변화하는 무역시장에 맞추어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
수출, 그것도 상품위주의 실적 경쟁에서 탈피하여 수입과 국내유통, 다국간 거내와 무역금융등으로 기능을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해외투자와 자원개발 등 그동안 우리가 소홀했거나 생소한 부문에도 전문가들을 양성,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야 한다.
이같은 적극적인 기능확대를 통해 안으로는 중소 수출업체와의 마찰을 줄이고 진정한 무역 계열화를 이룩하는 한편 유통전문화를 통한 제조업과의 분업체계가 성립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현재의 과다한 종합상사를 성비하고 무역유통 전문화와 기능 다양화를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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