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같은 폭넓은 미적세계|「자크·헤럴드」전을 보고… 이경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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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적으로는 가장 새로운 동향의 작가를 유치하여 국내 화단에 소개하고, 국내적으로는 개성있는 작가를 발굴하여 예술의 새로운 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서울미술관이 이번에 초현실파 최후의 거장인「자크·헤럴드」 전을 개최함으로써 84년 한국 화단에 또 하나의 파문을 던졌다.
「자크·헤럴드」는 1910년 루마니아 태생의 미술가이지만 그가 초현실파라는 미술의 흐름을 타고 20세기 미술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인 것이다. 이번 한국전에는 수채화풍의 과시 20점, 수묵화풍의 데생 20점, 판화 8점, 시화 6점이 전시되었다.
그것들은 초현실파 작가들이 시도하고 있는 현실과 초현실,특히 꿈과 환상과 같은 폭넓은 미적 세계가 자유로운 기법을 타고 공간위에 전개되고 있었다.
「자크 헤럴드」 의 작품에서 느낄수 있는 것은 인간의 생명력이 갖고 있는 원시적인 발현에서부터 그칠줄 모르는 자유분방한 이미지의 연속, 그리고 불타는 생명력이 가득찬 화면으로서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그 감동을 바탕으로 해서 생명의 신비는 물론이거니와 존재의 의미까지도 확대시켜 주는 것이다.
이번에 전시된 그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조형의 기초인 점과 선으로 이룩되고 그들이 자아내고 있는 형상과 공간은 짜임새 있는 구도 또는 구성으로서 하나의 존재양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이들 조형적인 작업에 바탕이 되고 있는 시적 이미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에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은 1929년에 발표된 제2의 쉬르레알리즘 선언에서 밝힌 다음의 귀절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품을 만드는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다. 우리들이 거의 자각하지 않는 아름다움이나, 애정이나, 재능으로 빛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표현되지 않은것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표현될 수가 있다. 우리들의 이 미개척의 부분을 분명히 하는것이 쉬르레알리즘의 목적이다』 -.
결국 이번 「자크 헤럴드」 전의 의미는 동맥경화증에 걸려있는 한국현대미술에 있어서 자유와 미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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