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전 ‘철수’뒤 유흥업소만 번창 … 청년 고용률 14위 광주의 특단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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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광주광역시청에서 자동차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상무지구는 매일 밤 10시가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주점과 음식점은 물론 나이트클럽·안마시술소·모텔 등 각종 유흥 시설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무 지구를 돌아다니면 ‘24시간 영업’ 팻말이나 행인을 상대로 한 호객 행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택시기사 김정권(46)씨는 “전국에서 안마시술소 간판이 버젓이 내걸린 곳은 상무지구가 유일할 것”이라면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유흥업소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호남 최대 도시인 광주에 향락산업만 번창하는 것은 생산 기능 없이 ‘소비 도시’로 전락한 측면이 크다.

현재 광주에는 연간 62만 대 양산 규모의 기아차 공장이 가장 큰 제조업체다. 단일 사업장으로 연간 매출 4조원 가량을 올렸던 삼성전자 가전 부문은 지난 2013년부터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하고 베트남으로 ‘사실상’ 철수했다.

 역시 광주에 기반을 둔 금호타이어 또한 2010년에 기업개선 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 5년간 근로자 임금을 매년 10%씩 삭감하는 등 긴축 경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말 기준 광주의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34.8%로 16개 시·도 중 14위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자 윤장현 광주시장이 꺼내든 카드가 완성차 공장 추가 유치다.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높은 자동차 생산 시설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지역 경제를 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장현 광주시장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방식으로 ‘강성노조’와 ‘고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이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20년 전인 1995년 노조와 기업, 은행, 상공회의소 등 지역 주요단체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슈투트가르트 경제추진 주식회사’를 설립해 노조의 자발적인 임금 삭감, 연장 근무를 이끌어냈다.

 광주도 이와 유사한 노·사·민·정 4자 간 대타협을 통해 ▶기아차 광주 공장을 생산 규모를 80만~100만 대 수준까지 늘리고 ▶신규로 유치한 완성차 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임금은 현재 1인당 9000만원 수준에서 절반 이하인 4000만원 선까지 삭감하겠다는 게 광주시의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2020년까지 광주 광산구 삼거동 일대 ‘빛그린 산업단지’에 360만㎡ 규모로 ‘광주 자동차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윤장현 시장은 “광주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만큼 더 중요한 과제는 없다”면서 부품 지원센터, 충돌 시험장, 차량 경량화센터, 인력 양성센터 등을 갖춘 친환경자동차 혁신 클러스터를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