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세돌 "왕위전서 명예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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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7단(사진)이 30일의 왕위전 대국을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한달 내내 추락해온 이세돌은 최근 전적이 3승6패다. 올해 들어 파죽의 기세로 연전연승하며 이창호9단과 함께 천하를 양분했던 젊은 영웅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세돌7단이 이대로 무너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재기의 무대를 왕위전으로 점찍고 있다. 왕위전에서 도전권을 따내 이창호9단과 다시한번 명승부를 펼치는 것이야말로 뒤죽박죽이 된 승부호흡을 되찾는 최선의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왕위전 도전자가 되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 본선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사는 조훈현9단. 조9단은 지난 26일 서봉수9단에게 행운의 '반집승'을 거두며 5승1패의 전적으로 선두를 고수했다.

<전적표 참조>

이세돌7단은 4승1패로 2위다. 무패로 선두를 달리던 이세돌은 지난달 일본의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CSK배 아시아4개국 대항전에서 연패를 당하고 돌아온 이후 심한 몸살에 걸려 안조영7단과의 왕위전을 기권했다. 그때의 '1패'가 지금 발목을 잡고 있다.

30일 맞설 상대는 입단동기생인 조한승6단이다. 조6단에겐 지금까지 8승3패를 기록하고 있어 객관적인 전력은 크게 우세하다. 그를 꺾으면 조훈현9단과 도전권을 건 최종전을 펼치게 된다.

조훈현9단에겐 근래 8연승을 거뒀으니까 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요즘 이세돌은 컨디션이 난조다. 조한승6단과의 대국도 그래서 장담할 수 없다.

조한승에게 지는 경우 이세돌은 4승2패가 된다. 조한승6단과 안조영7단, 김주호3단도 4승2패다. 따라서 이세돌이 조한승에게 지고 조훈현을 꺾게 되면 '2패'가 무려 5명이나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추락하는 이세돌7단과 안개속 왕위전은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세돌이 쾌도난마의 기세로 이 안개 속을 돌파하여 재상승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30일의 왕위전이 이세돌에겐 기로다. 왕위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후지쓰배도 위험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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