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은 한국상품 왜 차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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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일관계가 외교적으로 정상화된지 20년에 가까우면서도 여전히 양국관계에는 정상화해야할 여러 부문의 부자연과 부균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다른 어떤부문보다도 먼저,그리고 집중적으로 관계가 형성된 경제부문에서 그런 부자연과 불균형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점은 매우 역세적이며 동시에 양국관계에서 매우 시준적이다.
가장 집중적으로 관계가 개선되어온 경제부문에서 결과적으로는 가강 심각한 불균형이 누적되어 왔다는 사실은 양국 경제관계의 기본구도가 그 출발에서부터 잘못 설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그리고 그것의 본원적 시정 없이는 누적된 경제 불균형의 개선은 기대할수 없으며 오히려 불균형의 심화가 예상될 뿐이다.
경제불균형의 실상은 다른 어떤측면보다도 무역불균형에서 가장 첨예하게 나타난다.
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지금까지 대일무역에서 발생한 누적 적자가 2백7O억달러에 달한다. 해마다 우리무역수지 적자의 절대적 비중이 대일 무역에서 비롯되어온 점을 고려할때 양국 무역패턴은 일시적 가변적이라기보다 구조적이라 볼수밖에 없다.그리고 이같은 무역구조는 양국의 경제구조와 그 관계형성의 한 반영이다.
60년대 이후의 공업화 과정에서 대일의존형 개발전략을 아이하게 추구해온 자세가 결과적으로는 구조적인 불균형을 수반하는 경제관계의 고착으로 이어졌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양국의 경제발전 과정의 차이와 경제구조의 상이를 간파하지못한 결과일뿐 아니라 경제발전의 동상적 변화를 포착하고 전망하는 장기적 동찰이 없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의 양국 경제관계와 경제적 불균형을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응하는 길도, 그것을 시정하는 방안도·각각달라질수 밖에 없다.
2O년의 대일 경제거래 경험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바는 양국의 현재 경제협력 구도가 근원적으로 호혜적 쌍무적 거래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구도를 지닌 경제거래는 언젠가는 단절돼야하며 그 지양을 바탕으로 새로운 호혜적 관계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는것이 오늘의 양국 경제현실이다. 그것은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이기도 하러니와 우리에게 많은 대가와 부담을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그러나 그런 대가와 부담은 일시적인데 비해 양국경제의 불균형온존은 우리에게 훨씬 더 크고 장기적인 부담을 지워줄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경제의 대일 의존을 구조적으로 틸피하는 개발전략을 재정립하고 일본으로 하여금 호환적 지역원칙과 일반적 거래관행으로 되돌아오게 만들기위해서는 전반적인 대일 경제관계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자본과 무역거래,기술교류등 광범한분야에서 일본과 한국이 어떤 협력관계에 서는것이 바람직한지를 냉정하게 재검토할 시점에 온것이다.
특히 우리는 최근 일본의 고위관리들이 한일무역 불균형에 대한 일련의 논평에서 과거와 다른 경직된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과 무역거래와 기술교류 분야에서 일본관계자들의 경계와 견제의 움직임이 높아지고 있음을 주시한다. 이같은 최근의 변화는 한마디로 대한경제관계에서 일본의 장기 목표가 무엇이며 그 속마음이 어떤것인지를 짐작케하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그들은 주시장인 미국과 EC에대해 자유무역과 일반원칙의 준수를 고창하면서 대내적으로는 보호와 장벽을 늦추는데 불안해하고 있다. 그들은 대외 논리와 대내 논리가 서로 모순되는 겅우에도 아무런 부자연을 느끼지 않는다. 2백70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두고도 그들은 우리나라의 주종수출에 대해 불공평하고 정부화되기 어려운 차별적원인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EC에 대해 평균 5∼8%를 적용하는 수입관세가 우리상품의 경우 평균 10∼17%의 고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농수산품의 관세율은 미국 5.3%,EC 13.7%에 비해 한국산은 24%에 달하고 있어 일본의 차별정책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섬유류와 신발등 공업제품에 대한 차별관세도 농수산물 못지않게심각하다.
13.2%에 달하는 섬유류와9.3%의 신발류,12.5%의 가죽의류,10%의 PC혼방사등은 모두가 일본의 공산품 평균 관세율이나 대미·EC관세율보다 훨씬 높은 품목이다.
고율관세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본측은 우리의 각종 농·공산품에대해 부당한 수입량 할부, 수입 사전확인등 직접규제와 수입조합등 행정지도를 통한 간접규제등 23종류를 넘는 각종의 간접규제와 비관세장벽을 쌓아 놓고 있다.
그러고도 그들은 개방시장임을 자처하고 우리에게 대일수출의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그들은 최근의 두차례에 걸친 관세율 전면 인하에서도 주대상을 미·EC제품에 배려했을뿐,개도국 관심품목둘은 제외했다.
이같은 일본의 이동 논리는 더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일본에 요구해야할것은 단순한 무역불균형의 시정이 아니라 그들의 이중 논리와 부당한 차별정책의 시정이다. 그리고 그것이 설사 우리의 외교적 노력으로 진전이 이룩된다해도 양국경제의 근본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대일 경제의존 탈피를 위한 장기적 구조전환이 모색되고 그들의 차별정책에 상응하는 직접적 현실적 대응 조치들이 조세·금융·무역·관세등의 광범한 분야에서 다각적이고도 종합적으로 강구돼야 할때가 되었다. 그것 없이는 새로운 한일 경제관계의 정립이 불가능하며,그것은 김-대평메모로 시발된 60연대 이후의 왜곡된 양국 경제관계를 참되게 정상화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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