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일본 외상 인터뷰 "한·일, 야스쿠니에 너무 집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아소 다로 외상이 23일 오후 일본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외무성 장관실에서 한국과 일본의 양국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아소 다로(麻生太郞.65) 일본 외상은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모두 야스쿠니 문제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한.일 관계와 관련, "두 나라 정상이 잘 안 맞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양국관계 악화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돌출 발언과 관련한 공격적 질문에는 "그런 건(공격적으로 말하는 것) 한국 사람들 취미 아니냐"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인터뷰는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외무성 장관실에서 이뤄졌다.

-지난달 "야스쿠니 참배를 문제삼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밖에 없다"고 말한 데 한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반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야스쿠니 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하는 나라, 즉 '이게 전부다'라고 나서고 있는 나라는 달리 없지 않나 싶다. 문제(야스쿠니 참배를 둘러싼 논란)가 있는 건 다 알지만 너무 이것에만 매달리는 것은 건설적이지 못하다."

-외상 자격으로 내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인가.

"개인적 신조로선 확실히 그런데…. 난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40~50차례나 야스쿠니에 갔다. 처음 간 것은 초등학교 5학년이나 6학년 때다.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아소 외상의 외할아버지로 총리 역임)의 손을 잡고 말이다. 그러나 외상의 입장은 개인적 신조와는 다르므로 적절히 판단해 결정할 것이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총리로 선출됐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그때 상황을 보고 적절히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나 당신이 주장하는 '야스쿠니 참배는 종교적인 문제'라는 논리에 한국이나 중국 사람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데.

"이유를 들면 양쪽 모두 끝이 없다. 중국은 중국대로 얘기하고, 일본은 'A급 전범이 군국주의자라고 하지만 마지막까지 전쟁을 반대한 사람들도 거기 있지 않으냐'라고 하고…. 논쟁만 가열될 뿐 건설적인 얘기는 없다. 난 중국과 한국의 논리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일본의 논리도 말할 수 있다고 본다."

-고이즈미 총리는 최근 여러 차례 미.일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아시아 외교에 대해선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얼마 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무라 마사히코 전 외상은 "인근 국가로부터 불신받는 일본에 대해선 미국도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인근 국가라고 하지만, 한국도 북한과 사이가 안 좋다. 프랑스와 독일도 그렇고, 영국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원래 세계적으로 인근 국가와는 좋은 관계를 맺기란 어렵다는 것이 나의 기본 인식이다."

-연말로 예정됐던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이 취소됐다. 당신은 이에 앞선 11월'굳이 안 와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회담이 취소된 데는 어느 쪽 책임이 큰가.

"양쪽 모두 '케미스트리(궁합을 뜻하는 듯)'가 안 맞는 거다. 얼마 전 마지막 회담(11월의 부산 APEC 회담) 때도 잘 안 맞았던 것 아니냐.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정도는 아니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도 회담할 때 논쟁을 벌였지만 그래도 '케미스트리'는 맞았다. 하지만 내가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서울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났을 때 얘기해 보니 잘 통했다. 두 정상이 잘 안 맞는다고 해서 한.일관계 전체가 나빠져선 안 된다. 공산권이나 독재정권이라면 별개지만 한국과 일본은 다르지 않으냐."

-그렇다면 현재의 한.일 간 긴장관계를 풀기 위해선 한국과 일본이 각각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나.

"양쪽 모두 야스쿠니 문제에 너무 집착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당분간 언론이 야스쿠니 문제를 안 쓰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모두 문제를 부채질하고 증폭시켰다. 난 그동안 한국에 한 해 두 번씩 모두 40~50차례 갔지만 내가 아는 한 지금 양국관계가 가장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건 한국의 생활수준이 좋아져 자신감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삼성뿐 아니라 한국 제품이 무척 좋아졌다."

-과거 아소 탄광(아소 외상의 아버지가 운영)에 한국인 강제 징용자들이 대거 끌려왔다. 징용자들의 유골을 반환하기 위한 조사가 일본 정부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데 아소 탄광은 조사 대상에 들어 있지 않다고 하는데.

"전쟁 전의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그런 자료가 남아 있으면 제공한다. 다만 당시 탄광에 온 한국인은 다 일본인 여권을 갖고 있었고 개별 채용한 게 아니어서 자료가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더구나 당시 책임자가 늙어 아직 살아있는지도 모르겠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