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 근로현장 취재 길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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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설가들이 근로현장에서 근로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쓸수 있게 하는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문예진흥원은 기업체들과 연결하여 문인을 기업체에 일정기간 기숙할수 있게 하고 작가에게는 그 기간이 끝난후 일정기간 안에 작품을 써내도록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작가들과 접촉하고 있는데 이미 Y모씨가 거제도에 내려간것을 비롯, 상당수가 이 계획에 참여할것으로 보인다.
문예진흥원은 이 계획에 참가하는 작가에게 기업의 조건부 기부금을 받아 일정액의 창작지원금을 지급한다.
문인들의 기업체 현장취재는 문인측에서 보면 쉽사리 얻어질수 없는 근로현장에 대한 경험을 할수 있다는 의의를 가진다. 물론 개인적으로 근로현장에 정근하여 취재한 작가도 있지만 장기간에 걸친 본격취재엔 어려움이 따랐다.
기업측으로도 근로현장에 작가가 직접 와서 생활함으로써 작가가 보다 폭 넒게 현장을 이해할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작가가 비록 간접적으로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작품을 쓰는데 어떠한 전제조건은 없다. 문예진흥원 담당자는 『작가가 의무적으로 작품을 써야하며 그 작품속에 근로현장의 모습이 담겨야하는 것만이 유일한 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장에 내려가 있는 Y모씨는 『이번 기회에 근로자들의 생활모습과 기업과의 관계등에 대해 깊이 있게 취재·관찰하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그들의 실상을 담은 작품을 구상해 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Y씨를 비롯한 근로현장경험을 한 작가들의 작품이 어떤 모습을 띠고 나타날것인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문단에서는 이들의 작품이 어떤 식으로든지 기업측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될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평론가 권영민씨는 『해외취재등에서 나타나는 자랑스러운 근로자상등이 아니고 근로자의 실상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노사문제, 근로자의 의식등을 가까이서 살필수 있는 기회를 작가들의 철저한 의식으로 파고 들어가야 하며, 그를 통해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차원 높게 다루는 작용이 나올것을 기대하고 있다.
작가들의 현장취재를 위한 계획은 주로 해외취재를 중심으로 논의되었으나 그동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문예진흥원을 중심으로 하여 기금을 마련한 후 작가를 일정기간 해외취재지에 파견하는 내용이었으나 기금조성이 어려웠다. 작가들이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이러한 취재를 하기 어려운 만큼 취재를 돕고 문학의 폭을 넓히는 계획의 필요성이 높아갔으나 현실이 그에 따르지 못했던것.
이번 문예진흥원의 계획은 우선 국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앞으로 이 계획의 확대가 요청된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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