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성 따르게 한 민법 인격권·행복추구권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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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자녀가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도록 한 민법 제781조에 대해 재판관 7대1의 의견으로 불합치 결정을 했다고 22일 밝혔다.

헌법 불합치는 사실상 위헌이지만 사회.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법률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일종의 변형된 위헌 결정이다. 따라서 민법 제781조는 호주제 폐지를 담은 새 민법 시행(2008년) 이전까지만 적용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아버지가 사망하거나 부모가 이혼한 뒤 자녀에게 아버지의 성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예외 상황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민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버지 성을 따르는 '부성주의'는 규범으로 존재하기 전부터 생활양식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재산상속 등 개인의 권리.의무에 실질적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존엄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소수 의견을 낸 권성 재판관은 "부성주의는 헌법에 선행하는 문화의 일종"이라며 "자녀가 입양이나 어머니 재혼 후 불이익을 받는 이유는 부성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편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북부지법은 2002년 1월 "새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해 달라"며 곽모(14)군 남매가 낸 호적정정 신청 사건에서 해당 민법 조항이 위헌 요소가 있다며 위헌심판을 제청했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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