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외롭고 힘든 이웃에게 따뜻한 성탄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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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벌써 3주째 칼바람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는 서울이 모스크바보다 춥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게다가 호남지역엔 사상 유례없는 폭설이 쏟아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비닐하우스 재배 농민들은 복구도 포기한 채 구멍 뚫린 하늘만 원망하고 있다. 어느 수필가는 "폭설 피해 농민들이 생각나 올 겨울엔 아무리 눈이 아름다워도 눈에 관한 글을 쓰지 않겠다"며 함께 아파했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 낮다. 주가지수가 1350을 돌파하고 무역 규모가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지만 국민 전체의 구매력은 3분기째 제자리걸음이다. 소득의 양극화를 감안하면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많네 적네 하지만 월급을 타는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주변엔 이 추운 겨울을 살아서 넘길 수 있을지 걱정하는, 그야말로 한계상황에 처한 이웃이 많다. 부모 없이 고사리 손으로 동생들을 챙겨야 하는 소년소녀가장, 거동조차 불편한 혼자 사는 노인들, 그리고 거리를 방황하는 노숙자들은 우리보다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못 본 체하지 않는 미풍양속을 지켜온 민족이다. 올해도 훈훈한 미담이 이어지면서 맹추위를 녹이고 있다. 광주에서는 소아암 환자를 위해 6000만원을 쾌척한 익명의 독지가가 있었고, 경기도 고양시에서도 구세군 자선냄비에 3000만원을 넣고 사라진 얼굴 없는 천사가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9800만원을 보낸 50대 회사원도 있다. 이 밖에 액수에 상관없이 남몰래 이웃을 돕는 '착한 사마리아인'들의 선행은 지금도 어디선가 계속되고 있다. 어제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65억원이 모금돼 사랑의 온도탑이 55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모금액은 많지만 '사랑의 온도'는 아직 낮다는 것이 모금회 측의 분석이다. 그만큼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지난해보다 늘었다는 것이다.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다. 외롭고 슬프고 힘든 이웃들이 따스한 성탄절을 보낼 수 있도록 주변을 한번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