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정글 간 아기 코끼리 …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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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책이 있는 어린이날-5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서점에 들를 계획이 있으신가요.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에서 어린이를 주제로 한 책 세 권을 골라봤습니다. 요즘 어린이책 중에는 엄마나 아빠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습니다. 권선징악을 넘어서는 이야기와 예술성 가득한 그림이 있어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내가 감동받았다”고 말하는 엄마도 있고요. 박숙경 아동문학평론가는 “성인이 돼도 마음 깊은 곳엔 어린아이가 남아 있다. 동화책이 그 어린아이를 일깨운다”고 말하네요. 이번 어린이날엔 아이와 함께 동화책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코끼리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하빈영 옮김, 현북스
32쪽, 1만3000원

1976년 당시 29세이던 영국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첫 그림책 작품을 품에 안고 출판사에 들어섰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판사에 들어선 브라운을 맞은 편집자는 “흥미롭긴 하지만 책으로 내긴 별로이니 다른 주제로 책을 내자”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 뒤 브라운은 새로 쓴 『거울 속으로』를 발표하며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83년 『고릴라』와 92년 『동물원』으로 ‘그림책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두 번이나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초등생 아이를 둔 집이라면 브라운의 책 한 권쯤은 다 가지고 있을 만큼 인기를 얻었다.

브라운의 첫 작품인 『코끼리』가 40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 출판됐다. 그는 처음엔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를 망설였다. 성공한 그에게도 40년 전 거절당한 첫 작품은 모자란 자식처럼 마음 한구석 아픈 부분이었을 테다. 그는 “오래 전 만든 작품이고 요즘 작업하는 그림책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 망설였다”며 “거절당한 뒤에 묻어두고 지내던 이 책을 내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아주 많은 한국에서 출판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책은 호기심 많은 새끼코끼리의 정글 탐험기를 담았다. 세밀하면서도 몽환적인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숲 속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한 새끼 코끼리는 알록달록 신기한 꽃과 나무들에 마음을 빼앗겨 점점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문득 집으로 가고 싶어지지만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새끼코끼리는 길을 되짚어가며 마주치는 사자·고릴라·악어 같은 힘세고 덩치 큰 동물에게 집으로 가는 길을 묻지만 외면당한다. 새끼코끼리는 과연 자기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아이들에겐 큰 울림을 남길 책이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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