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는 먼저 온 통일" 장학금·멘토링 지원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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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소년에게 늘 ‘통일 대한민국의 메르켈’이 되라고 말해줍니다. 동독 출신으로 통일 독일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야말로 그들의 롤 모델이죠.”

 현경대(76·사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탈북자 문제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장충동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현 수석부의장은 “탈북자는 먼저 온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2만7000여명 국내 탈북자의 성공적 정착 없이 2400만 북한 주민을 끌어안을 수 없다는 뜻이다. 현 수석부의장은 “북한이란 빙하기에서 갑자기 따뜻한 세상에 온 탈북자에겐 적응이 곧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강하거나 영리한 종(種)이 아니라 잘 적응한 개체가 결국 살아 남는다는 게 매머드(mammoth) 멸종이 주는 교훈”이라고 밝혔다.

 집무실 일정표엔 청소년 통일캠프 특강, 장학금·취업지원 행사 일정 등이 꽉 채워져있었다. 현 수석부의장이 이처럼 탈북자에 초점을 맞춘건 민주평통 의장인 박근혜 대통령의 각별한 당부 때문이라고한다. 2013년 11월 평통 행사 때 박 대통령은 “요란한 구호보다 탈북자분들의 정착이 진정한 통일 준비”라며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현 수석부의장은 5선 의원을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 친박근혜계 원로 인사로 꼽힌다.

 이에 현 수석부의장은 지난해 3월 민주평통지원재단을 설립했고, ▶장학금(50명에게 총 1억5000만원) 지원 ▶학업·생활 상담 멘토링(840여명 결연) ▶탈북대안학교 지원(3개학교 5000만원) 등의 성과를 거뒀다. 혜택을 받은 탈북 청소년들이 지난 3월 국립현충원 묘비단장 자원봉사에 나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현 수석부의장은 소개했다. 그는 “자유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게 해준 순국선열께 감사드리려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학생의 말에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자문 헌법기구인 민주평통은 오는 7월 출범할 제17기 자문위원(임기 2년) 인선·조직 작업이 한창이다.

현 수석부의장은 “헌법질서와 자유민주체제를 존중하고 통일에 열망이 있는 분들을 더 많이 발탁해 초당적 범국민기구로 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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